유정복 자유한국당 인천시장 후보.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유정복 자유한국당 인천시장 후보가 21일 인천 주안역에서 아침 출근길 인사를 마친 뒤, 인천 남구 주안동에 마련한 선거사무실로 들어왔다. 오른쪽 가슴에 ‘시민행복 일 잘하는 인천시장’이라는 구호가 적힌 빨간색 선거용 점퍼 차림이었다. 그는 “평상복으로 갈아입는 것이 낫겠다”라는 사진 기자의 제안에 한사코 빨간 옷을 고수했다. “선거철인데 당의 선거복을 입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그가 반문했다. 자유한국당 지지도가 열세인 상황에서도 당과 ‘거리 두기’에 나서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는 이달 31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지금의 정당 지지도에 기댄 판세가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4년의 성과를 통해 보여 준 시정 운영 능력과 강력한 공약 실행력으로 당 열세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유 후보가 강조한 대목은 ‘부채 문제 해결’이었다. “4년 전 인천은 과도한 부채로 하루 12억원, 연간 4500억원의 이자를 부담하는 부채 도시였다. 지금은 3조7천억원의 빚을 갚아 재정정상화도시가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최하위권이던 인천시 공무원 청렴도도 상위권에 안착시켰고, 10여년 이상 묵혀있던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수도권매립지 문제 등 지지부진하게 진행돼 온 사업을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유 후보는 자신의 장점으로 중앙과 지방행정, 행정과 정치를 두루 경험한 경륜을 내세운다. 그는 1979년 행정고시(23회)에 합격해 경기도 기획담당관, 경기도 김포군수, 인천시 서구청장을 역임했다. 이후 1995년 민선 초대 김포시장에 당선됐으며, 이 지역에서 17~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002년 김포시장 3선 도전에서 한차례 쓴맛을 봤을 뿐 이후 선거에서는 승승장구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냈으나, 취임 두 달 만에 발생한 구제역 파동 등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근혜 정부에선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한 때 ‘친박’(친 박근혜) 핵심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5~2006년 비서실장을 지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 ‘친박’ 꼬리표가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정치적 발언을 일절 삼갔다.
유 후보는 자신의 시정 운영 성과를 ‘과대포장’이라고 저평가한 박남춘 후보를 향한 쓴소리도 쏟아냈다. 박 후보 쪽에서 “유 후보가 퇴직 공무원들을 선거운동에 동원하려 한다”며 제기한 ‘전직 공무원 동원령’도 전형적인 네거티브라고 꼬집었다. “잘한 것은 인정해야 하는데, (박 후보는) 인천시당위원장 때부터 오로지 유정복 흠집 내기만 몰두하고 있다. 제물포고교는 ‘학식은 사회의 등불, 양심은 민족의 소금’이라는 학풍을 강조해 무감독 시험을 치른 곳이다. 양심을 저버리는 것은 시민을 위하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 유 후보는 박 후보의 제물포고 1년 선배이다.
그는 박 후보가 ”인천을 한반도 중추경제지대로 발전시키겠다”며 1호 공약으로 내세운 ‘서해평화협력시대 동북아 경제 중심도시 인천’에도 날을 세웠다. 그는 “남북 관계는 국가가 법적, 군사적, 외교적 문제로 풀어야 한다. 광역단체장 차원에서 할 수 없는 장밋빛 공약은 국가적인 의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1호 공약인 ‘경인전철(국철 1호선) 지하화’를 역설했다. 경인전철은 1899년 개통 이래 약 120년 동안 경인축 철도수송의 핵심 기능을 수행해 왔으나, 인천을 남북으로 단절시키고 전철 주변 지역을 낙후시켜 도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등 부작용을 야기해 왔다. 그는 “4년 전 공약한 인천발 케이티엑스(KTX) 역사를 유치한 것처럼, 이번엔 경인전철 지하화를 실현해 원도심 부흥에 한 획을 긋는 천지개벽의 역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무상보험, 무상교통, 무상급식, 무상교육, 무상교복 등 이른바 ‘5대 무상특권’을 축으로 한 ‘복지 제일도시’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300만 시민 모두가 혜택을 누리는 안전보험 가입과 올해부터 전국 최초로 어린이집부터 고교까지 전면 시행에 들어간 무상급식, 중·고교 신입생 무상교복 지원 등이 담겼다. 보편적 복지 확대가 당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지방정부는 대통령이나 중앙 정치의 대리인을 뽑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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