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붕괴 조짐’ 있어도 서로 떠넘기기?…위험 속의 재개발 건물

등록 2018-06-04 19:51수정 2018-06-04 21:50

용산구 “건물주에 구두로 시정 조처했다”
건물주 “시정 조처나 공문 받은 적 없다”
낡은 건물 방치하는 재개발 관행도 원인
“재개발 남발 막고, 지정된 곳은 속도내야”
3일 낮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에서 4층짜리 상가 건물이 무너져, 출동한 119 구조대원들이 건물 붕괴 현장에서 추가 피해자 수색 작업 등을 벌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3일 낮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에서 4층짜리 상가 건물이 무너져, 출동한 119 구조대원들이 건물 붕괴 현장에서 추가 피해자 수색 작업 등을 벌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서울 용산구의 4층짜리 상가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용산구청이 해당 건물주에게 ‘시정 조처’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건물주는 그런 조처를 통보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관리책임을 싸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또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는 건물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는 재개발·재건축 구역의 구조적인 문제점도 지적된다.

4일 용산구 등의 말을 종합하면, 붕괴 사고가 난 4층짜리 건물 1층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아무개(31)씨는 지난 5월9일 건물 벽이 뒤틀리고 균열이 발생한 것을 발견하고, 용산구에 설명과 사진이 포함된 이메일로 민원을 접수했다. 구 관계자는 “신고 접수 다음날 현장을 방문해 민원인과 건물주를 만난 뒤 건물주에게 구두상(말로) 시정을 요구했다. 다만 공문을 보내는 등 후속 조처를 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건물주이자 붕괴한 건물 3층에 거주하던 고아무개씨는 구청 쪽과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고씨는 “이 문제로 공무원이 다녀간 것도 몰랐고, 민원이 접수된 사실도 몰랐다. 2주 전쯤 세입자가 안전문제를 제기해 벽면을 새로 보수한 일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붕괴 위험을 인지했다면, 내가 이 건물에서 생활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용산구의 해명대로 신고 접수 뒤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나왔을 수는 있지만, 그 이후의 조처는 확인되지 않는다. 통상 위험건축물 신고가 접수되면 관할 행정기관은 현장을 방문해 육안으로 점검을 한 뒤 건물주에게 결과를 통보한다. 그러나 용산구는 민원 신청인이나 건물주 누구에게도 점검 결과를 통보하지 않았다. 민원인 정씨는 “안일한 민원 대응이 부른 결과”라고 꼬집었다.

정씨를 비롯해 붕괴 현장 인근 주민들은 이번 민원 제기가 처음이 아니라고 밝혔다. 효성건설이 2016년께 용산 센트럴파크 공사를 시작하면서 꾸준히 건물 균열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대형 건물 터파기 공사가 바로 근처 오래된 주택들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는 “건축을 위한 대규모 터파기 공사를 하기 전에 지하영향평가와 함께 일정 거리 안 주변 건물의 안전 점검을 반드시 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사고의 원인엔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고질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붕괴한 상가는 2006년 4월 도시환경정비사업 구역으로 지정된 ‘용산 국제빌딩 주변 5구역’(용산 5구역)에 포함된 곳이다. 지난해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으나 시공사가 나타나지 않고 있던 상황이다. 대부분의 재개발 조합은 감정평가 땐 땅값만 계산하고, 수리비는 보상하지 않는다. 따라서 집주인들은 어차피 철거될 건축물이라고 생각하고 고치기보다는 방치하거나 싸게 세를 놓는 일이 많다. 재개발을 둘러싼 이런 잘못된 관행 속에서 정비구역에 속한 건물들은 붕괴 등 위험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에서 이 상가처럼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관리처분인가가 나지 않은 곳은 182곳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재개발 사업의 남발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은경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팀장은 “현행 제도는 조합추진위 설립이 너무 쉬워서 사업이 시작되면 주민들 사이의 이견으로 사업이 지연된다. 조합 설립 요건을 강화하고 정비구역 지정도 신중하게 해야, 이렇게 위험하게 방치되는 건물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