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수사의 수요는 줄고 있는데 경찰은 보안수사 인원을 계속 늘려왔다. 청와대의 방침에 따라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 업무까지 넘겨받으면 경찰이 ‘보안 공룡’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까지 넘겨받는 경찰의 ‘보안 공룡화’ 우려를 줄이기 위한 대책도 다양하게 제시된다.
먼저 보안경찰이 가진 수사권과 정보수집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보안경찰의 위험성은 정보 수집과 수사의 권한을 한 손에 쥐고 있는 데서 나온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보안경찰의 업무는 간첩 수사와 보안 관련 정보 수집, 북한에 대한 정보 수집·분석, 사이버공간에서 보안사범 수사와 정보 수집 등으로 돼 있다.
이호영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박사는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사건처럼 극단적 증거 조작이 가능한 이유는 보안수사를 담당하는 기관이 정보수집권까지 함께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보안경찰한테 수사권만 주고, 정보수집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안경찰에 대한 견제안으로 국회는 ‘안보인권 감사관’을 두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찰법 일부 개정안을 보면, 안보수사처가 신설되는 경찰청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추천하는 3년 임기의 ‘안보인권 감사관’을 둔다. 안보인권 감사관은 보안업무 과정에서 인권침해나 권한남용 여부를 감사한다. 또 개별 안보 사건에 대해 경찰청장이나 지방경찰청장, 경찰서장 등이 구체적으로 사건을 지휘·감독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도 넣었다.
보안경찰이 대북 관련 수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달 25일 경찰개혁위원회는 경찰청에 전달한 ‘보안경찰 활동개혁 방안’에서 “국가의 안전 보장을 위협하는 다양한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보안 활동은 오로지 북한의 위협에만 대응하는 매우 좁은 영역에서 이뤄져왔다. 적극적으로 다양한 안보 위협 요소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개혁위는 또 보안경찰의 정치개입 금지를 강제하는 법률 조항과 처벌 조항도 주문했다.
자치경찰제를 통해 경찰의 권한을 대폭 분산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자치경찰제’를 전국에서 시행할 방침이다. 자치경찰제는 경찰을 중앙정부의 지휘를 받는 ‘국가경찰’과 광역지방정부가 통솔하는 ‘자치경찰’로 나누는 것이다. 수사-기소권 분리와 함께 국정원의 보안수사권 이양으로 비대해질 경찰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분산하는 것이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에서는 여러 안 가운데 ‘국가경찰’에 수사·정보·보안 업무를, ‘자치경찰’에 치안·교통·경비 업무를 맡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자치분권위는 시민단체와 관계기관 등의 의견을 들어 한국 실정에 맞는 자치경찰제 모델을 마련하고, 7월께 문 대통령에게 최종안을 보고할 계획이다.
이정하 김미향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