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성향 정당 출신으로 23년 만에 처음 시장에 당선된 박윤국 경기도 포천시장 당선자. 박윤국 포천시장 당선자 제공
“그동안 자유한국당 계열 후보들을 밀어줬지만 미세먼지가 심각한데도 석탄발전소를 짓고 미군 사격장 때문에 주민 피해가 잇따라도 무엇 하나 해결하지 못했다. 지역 경제도 가면 갈수록 더 안 좋아지기만 한다.”
항상 보수당에 투표했다는 포천 주민 박아무개(56)씨가 이번엔 민주당 후보를 찍은 이유다. 경기·인천 접경지역의 민심도 달라졌다. 포천지역 주민들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 대표적인 예다. 포천의 다른 주민은 “미군 사격장 피해가 심한데 석탄화력발전소까지 짓는다고 해서 불만이 높은데 한나라당이든 한국당이든 돌아보지 않았다”고 했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포천은 23년 만에 처음으로 지방정권을 교체했다. 포천은 1회 지방선거 때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이후 5차례 지방선거와 2차례 보궐선거에서 모두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됐다.
백령도 등 최북단 서해5도를 관할하는 인천 옹진군수 선거에서도 16년 만에 민주당 소속 장정민 후보가 당선됐다. 박태원 연평도어촌계장은 “서해5도 어민들은 45년 동안 일몰 이후 조업 금지령, 정해진 구역 외에 조업 금지 등 불이익을 받아왔다. 집권당인 민주당이 남북관계를 평화 모드로 잘 이끌면 뭔가 달라지지 않겠느냐. 지방정부가 이를 잘 뒷받침하라고 다들 힘을 실어주는 것 같더라”고 했다. 허재성 옹진수협 연평출장소장은 “남북관계 개선이 어민들 마음을 움직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조광한 경기도 남양주시장 당선자가 16년 만에 진보 정당 후보로 당선된 뒤 환호하고 있다. 조광한 남양주시장 당선자 제공
접경지에서 부는 평화의 바람에 경기 북부의 분위기도 크게 바뀌었다. 파주 문산읍의 한 주민(55)은 “민주당 후보들이 좋아서 찍은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 생각하고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표를 몰아줬다”고 말했다. 고양시민 유아무개(49)씨는 “남북경협 수혜 기대감도 있지만 그보다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실망감이 너무 큰데다 다른 정당들도 대체 세력으로 미흡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선 민주당 후보들이 ‘문재인 마케팅’만 하고 지역주민과 소통하거나 선거운동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의정부에 사는 이아무개(55)씨는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실력과 관계없이 자동 당선되는 분위기였다. 이들이 잘못하면 실망도 커질 수 있다. 진보진영조차 민주당 편향이 너무 강해져 제구실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파주 주민 노아무개(70)씨는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어차피 더불어민주당 압승이 예상된 만큼 제대로 된 견제세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정의당을 찍었다”고 말했다.
박경만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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