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 소속 간부가 회사의 외부 매출 실적을 올리기 위해 수백억원대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이른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피하려고 실제 거래없이 계산서만 발행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인천지검 형사5부(부장 민기호)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허위세금계산서 교부 등의 혐의로 현대글로비스 과장 ㄱ(48)씨와 ㄴ(46)씨 등 5개 플라스틱 유통업체 대표 5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 등으로 현대글로비스 이사 ㄷ(55)씨 등 이 회사 임직원 2명과 12개 유통업체 대표 12명도 불구속 기소할 예정이다.
ㄱ씨 등 현대글로비스 임직원 3명은 2013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이른바 ‘가장거래’나 ‘편법거래’를 통해 총 1039억원대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하거나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장거래는 공급업체와 구매업체 등을 낀 상태에서 오가는 물품 없이 세금계산서와 물품 대금만 계속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매출을 허위로 올릴 때 사용된다. 편법거래는 물품 공급업체와 구매업체가 돈과 함께 주고받는 물건을 중간에서 자신의 회사를 거쳐 간 것처럼 꾸미는 방식이다.
ㄱ씨 등 현대글로비스 임직원들은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고 외부거래를 늘리기 위해 허위 세금계산서를 플라스틱 유통업체들과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대기업 내 계열사 중 총수 일가 지분이 상장사 기준 30% 이상이고, 내부거래 규모가 연간 200억원이나 총 매출의 12% 이상인 기업이다. 상장사인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과 정몽구 회장이 총 29.9%의 지분을 갖고 있어 규제 대상은 아니다.
검찰은 그러나 지분율이 변동되거나 내부거래 액수가 늘 것에 대비해 현대글로비스 임직원들이 외부거래를 불법으로 늘린 것으로 판단했다. 조사결과 ㄱ씨는 2013년 1~10월 거래업체 선정 대가로 플라스틱 유통업체 측으로부터 6900여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현대글로비스 회사 측이 실사를 통해 실제로 플라스틱이 거래되는지를 확인했어야 하는데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양벌규정을 적용해 회사 법인도 입건했다.
앞서 지난해 2월 남인천세무서 등이 현대글로비스와 이 회사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올해 3월 경찰로부터 이 사건을 송치받아 2개월 뒤 현대글로비스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추가 수사를 벌였다. 검찰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 임직원들이 허위 세금계산서를 거래한 목적은 탈세보다는 제3자와의 매출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로 보인다”며 “대기업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외부 매출을 올림으로써 내부거래 비율을 줄이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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