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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앞 50만볼트 특고압선…“아이들 전자파 맞을라”

등록 2018-07-02 17:51수정 2018-07-02 21:59

한전, 기존 14만5000볼트 전력구에 또 매설
“30~60m 깊이라더니” 2.5㎞ 구간 8m 불과
학부모들, 학교 주변 전자파 장기 노출 우려
인천시 부평구 삼산동 영선초등학교 주변에 특고압선 증설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정하 기자
인천시 부평구 삼산동 영선초등학교 주변에 특고압선 증설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정하 기자
“아이들이 뛰어놀고, 생활하는 학교 울타리 아래에 49만9천 볼트 특고압선을 매설한다니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삼산동 영선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학교 주변 곳곳에 걸린 펼침막을 가리키며 혀를 찼다. 펼침막에는 ‘전자파 공포 정말 무서워요. 살려주세요’, ‘15만4천v+34만5천v=49만9천v? 더 더 높아요’ 등의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30대 중반의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종일 전자파에 노출될 위험에 처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곳에서 2㎞ 남짓 떨어진 경기도 부천시 상동 상인초등학교 주변도 특고압 매설공사 반대 펼침막으로 도배돼 있었다.

한국전력공사는 수도권 서부지역에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인천 서구 인천화력발전소에서 서울 구로구까지 23㎞ 구간에 34만5천v의 특고압 전력 케이블을 매설하는 ‘수도권 서부지역 전력구 공사’를 진행 중이다. 지하 30~60m 깊이에 전력 케이블을 넣을 터널(전력구)을 뚫고 있는데, 부평 삼산동과 이어지는 부천 상동까지 2.5㎞ 구간(부평 1.3㎞, 부천 1.2㎞)만 제외됐다. 제외구간은 2000년에 준공된 기존 전력구를 함께 사용하기 때문이다. 지하 8m 깊이에 매설된 이 전력구에는 이미 15만4천v짜리 고압선이 매설돼 있다.

수도권 서부지역 전력구 공사 노선도. 한국전력공사 제공 (* 누르면 확대됩니다)
공사 사실은 지난해 8월 터널을 뚫기 위해 지상에 설치하는 수직구 공사 과정에서 소음 등으로 민원이 발생한 뒤 뒤늦게 주민들에 알려졌다. 주민들은 이미 15만4천v 고압선이 지나는 상황에서 추가로 34만5천v의 특고압선이 매설되면 전자파 피해 등이 우려된다며 공사에 반대하고 나섰다. 한전은 전력구가 지나는 부천 상인초교와 주변 아파트에서 35만4천v 특고압선 증설 뒤 예측되는 전자파는 0.3~1.27mG(밀리가우스·전자파 세기 단위)로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천시가 지난 4월26일 전문기관에 의뢰해 측정한 결과, 상인초교 앞 전력구가 있는 도로에서 3m 떨어진 인도 경계석에서 3.47mG의 전자파가 감지됐다. 지난해 전류량 최대치를 적용할 경우 전자파 수치는 최대 8.74mG까지 2배 이상 높아진다. 한전이 측정한 부평 영선초 주변 전자파 수치도 10mG 안팎으로 나왔다. 국내 전자파 발생 법적 ’인체보호기준’은 833mG이지만, 장기 노출 때의 규정은 별도로 없기 때문에 시민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 상동 상인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한 학부모가 특고압 전력구 증설 공사 반대 현수막을 보고 있다. 이정하 기자
경기도 부천시 상동 상인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한 학부모가 특고압 전력구 증설 공사 반대 현수막을 보고 있다. 이정하 기자
이주성 부천 상동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한전 쪽이 수직구 공사 관련 주민설명회와 당시 배부한 자료에서 ‘부천시를 통과하는 전력구는 40~55m에 위치해 지상으로 전파가 거의 방출되지 않는다’고만 홍보만 하고, 기존 8m 깊이의 전력구 통과 구간 내용은 아예 숨겼다. 얼마나 더 많은 유해 전자파가 나올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특고압 전력구 추가 매설구간에는 초·중·고교 13곳(재학생 1만여명)이 있어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다. 학부모들은 2006년 발표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3~4mG 수준의 전자파에 지속해서 노출될 경우 소아백혈병 위험도가 2배가량 증가한다며 전자파에 취약한 아동들의 안전을 우려했다. 기존 매설 전력구 구간에 거주하는 주민과 학부모들은 기존 전력구 우회 및 매설 깊이를 최소 50m 이상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고압 전력구 증설 구간 내 초·중·고교가 밀집돼 있다. 특고압 전력구 증설 반대 부천 상동비상대책위원회 제공 (* 누르면 확대됩니다)
한전은 국립환경과학원은 물론 세계보건기구(WTO)도 낮은 수준의 전자파의 장기 노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티브이(TV)나 진공청소기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도 10mG 안팎의 낮은 수준의 전자파를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전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케이블 배치를 바꾸면 전자파 발생 수치를 낮출 수 있다. 주민 대표와 각 지방정부 등이 참여하는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오해를 풀고, 해결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부천시는 한전이 합리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해당 구간에 대한 도로 점용 및 굴착 허가를 불허할 방침이다. 낮은 수준의 전자파 장기 노출에 대한 인체보호 기준 연구와 함께 전력구 지하 매설 시 매설 깊이의 적절성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천이 지역구인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쪽은 “‘전기설비기술 및 판단 기준’에는 지중선로의 매설 깊이 1m 이상 규정만 있다. 전력구 매설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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