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구 삼산동 주민대책위와 인천여성회, 인천평화복지연대, 인천녹색연합 등이 참여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는 23일 인천시청 기자회견실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가 특고압선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학교와 주택가가 밀집한 인천 부평구 삼산동 일대 지하에 매설하려는 34만5천 볼트의 특고압선 문제 해결을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가 23일 출범했다. 전자파 등의 피해를 우려한 삼산동 주민들의 도움 요청에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시민대책위를 구성해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삼산동 주민대책위와 인천여성회, 인천평화복지연대, 인천녹색연합 등이 참여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인천시청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가 적극적인 대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20년 전 15만4천 볼트의 특고압선을 허가할 당시, 실시설계 등 지중매설 위치를 좀 더 꼼꼼히 검토했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천시는 이 문제를 주민들에게 떠넘기지 말고 지금 즉시 인천시, 부평구, 주민대책위, 시민단체, 전문가 등으로 ‘민관대책기구’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네덜란드나 스웨덴 등 선진국은 고압선과 주거지 간 충분한 이격거리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천시-서울시-경기도 3자 협의체를 꾸려 초고압선 매설에 대한 공동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전은 수도권 서부지역에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내년 말까지 인천 서구 인천화력발전소에서 서울 구로구까지 23㎞ 구간에 34만5천 볼트의 특고압 전력 케이블을 매설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른 구간은 고압선이 지나가는 터널(전력구)을 지하 30∼50m 깊이에 뚫지만 부평구 삼산동부터 부천 상동까지 2.5㎞ 구간은 지하 8m 깊이에 있는 기존 전력구를 활용하면서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기존 전력구에는 이미 15만4천 볼트짜리 고압선이 매설돼 있다.
인천시 부평구 삼산동 영선초등학교 주변에 특고압선 증설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현행법상 지상 송전탑이 아닌 지중화 매설은 환경영향평가나 주민공청회 등의 행정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어 부평과 상동 주민들은 공사가 시작된 지난 5월에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주민들은 이미 15만4천 볼트 고압선이 매설돼 있는데 추가로 34만5천 볼트의 고압선이 묻히면 치명적인 전자파 피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삼산동 주민들이 현재 15만4천 볼트 고압선이 지나가는 삼산동 아파트와 학교 7곳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11∼110mG(밀리가우스·전자파 세기 단위)의 전자파가 측정됐다. 한전이 지난달 부천과 삼산동에서 측정한 전자파 1.6∼40mG보다 훨씬 높은 수치였다. 특히 주민들이 거주하는 실내공간에서 평균 16mG의 전자파가 감지됐다.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 위원장은 “정부가 설정한 전자파 인체 보호 기준은 833mG지만, 전력 공사 등으로 인한 단기 노출 기준이다. 장기, 지속 노출에 대한 기준이 없다. 네덜란드 등은 2~4mG로 엄격하다. 3~4mG의 전자파에 노출된 어린이의 백혈병 발병률이 2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신규 34만5천 볼트짜리 고압선 관련 인·허가권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있지만, 기존 34만5천 볼트 짜리는 인천시장에 있다. 이제 인천시가 결자해지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글·사진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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