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여의도 일대 공공자전거 대여소에 비치한 안전모. 서울시 제공
자전거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하는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을 두달 남짓 앞두고 관련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과 자전거 단체는 안전모 의무 착용보다는 자전거 전용도로 등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도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전거 단체와 시민들은 안전모 착용 의무화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자전거 타는 시민들의 모임인 맨머리유니언, 두 발과 두 바퀴로 다니는 떼거리, 자전거문화사회적협동조합 등은 지난 21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법 개정은 짧은 거리를 다니는 생활형 자전거에까지 안전모를 일괄 의무화한 전형적인 탁상 입법”이라며 “자전거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차량 속도를 낮추고 전용도로 등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20일 행정안전부에 안전모 의무화 조항 폐지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하면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생활형 자전거 이용자들이 감소한다. 자전거를 타는 이유 중 하나는 간편함인데, 자전거를 타기 위해 늘 안전모를 갖고 다녀야 한다면 자전거를 이용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0년부터 자전거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한 오스트레일리아(호주)는 지역별로 20~36%까지 자전거 이용률이 낮아졌다. 이런 문제 때문에 자전거 이용률이 높은 네덜란드, 덴마크, 스위스, 이탈리아, 영국, 독일 등 유럽 나라들 대부분은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는다.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도시기반연구실장은 “자전거 사고의 대부분은 가해자가 자동차다. 사고는 자동차 운전자가 일으키는데 왜 피해자인 자전거 운전자가 불편을 떠안아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교통사고 때 머리 손상의 가능성이 큰 자동차 운전자에게도 안전모를 씌워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실장은 “사고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어린이와 빠른 속도를 즐기는 스포츠형 자전거 이용자는 안전모를 쓰게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