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은 노숙인 고용 사회적기업인 ’계양구재활용센터’를 돕기 위해 매주 토요일 해인교회 마당에서 기금마련 바자회가 열리고 있다. 계양구재활용센터 제공
지난해 3월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은 노숙인 고용 사회적기업인 인천 ‘계양구재활용센터’가 우여곡절 끝에 9월 다시 문을 연다. 건물주인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개·보수 지연으로 1년이 넘도록 영업을 하지 못해 존폐위기에 내몰렸지만,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희망을 되찾게 됐다.
31일 계양구재활용센터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3월1일 계양구 계산동 지하 1층~지상 2층짜리 건물 1층에 셋방살이를 하던 재활용센터에 누전으로 인한 불이 났다. 1층 내부가 전부 불에 타면서 5000여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 불로 이곳에서 일하던 노숙인 10여명이 일터를 잃게 됐다. 계양구재활용센터는 해인교회가 운영하는 사단법인 ‘인천 내일을 여는 집’이 2001년 노숙인 자활을 목적으로 설립한 사회적기업이다.
센터는 기획재정부가 소유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관리하는 건물을 빌려 사용했다. 하지만 내부 수리가 차일피일 미뤄지더니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졌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건물안전진단 결과 디(D)등급(위험) 판정을 받았다며, 개·보수 대신 매각을 추진한 것이다. 센터 쪽은 “사용하지도 않는 옥상층 증축을 전제로 한 건물안전진단이 잘못됐다”며 재실시를 요구했지만,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요지부동이었다.
1년이 넘도록 실랑이가 이어지면서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못한 재활용센터는 경영난에 허덕였다. 센터는 해인교회 마당에서 40여 차례 연 바자회를 통해 얻은 이익으로 직원 6명(노숙인 5명, 관리자 1명)에게 매달 최저 생계비만 주는 형편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 센터에서 일하는 노숙인들은 “센터는 우리에게 단순히 일자리가 아닌 ‘희망’”이라며 지역사회와 정치권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해 3월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은 노숙인 고용 사회적기업인 ’계양구재활용센터’를 돕기 위해 매주 토요일 해인교회 마당에서 기금마련 바자회가 열리고 있다. 계양구재활용센터 제공
노숙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들은 국회 정무위원회가 한국자산관리공사에 관련 내용을 지적하자, 올해 2월 건물안전진단을 다시 했다. 공사는 재진단 결과 옥상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시(C)등급을 받았다며 이달 초부터 내부 보수 공사에 들어갔다.
보수 공사는 8월 말 끝날 예정이지만, 노숙인들의 시름은 끊이지 않고 있다. 내부 수리 비용은 건물주가 부담한다고 해도, 불에 탄 집기류와 각종 장비, 진열됐던 물품 등을 다시 갖추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인천지역 청년모임인 ‘새롭게 여는 내일’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후원금 마련에 나섰다. “노숙인의 자활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하자”며 오마이컴퍼니 사이트에서 ‘노숙인 희망터 재건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소규모 후원금과 후원물품을 기부받고 있다. 9월7일까지 진행되는 펀딩에 현재 140여만원이 모금됐지만, 센터 정상화에는 턱없는 부족한 금액이다.
이준모 계양구재활용센터 대표이사는 “센터를 통해 자립한 노숙인이 지난 17년간 450여명에 이른다. 절망에서 행복한 삶을 꿈꾸게 된 이들에게 화재 사고 이후 1년여는 너무 가혹한 시간이었다”며 “주변의 도움으로 다시 문을 열게 됐고, 앞으로도 이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많이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