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녹색연합이 지난달 29일 영종2지구 개발계획지 갯벌에서 저서생물 서식현황을 조사한 결과, 멸종위기종 흰발농게 대규모 서식지가 확인됐다. 인천녹새연합 제공
매립이 추진되는 인천 영종2지구 개발계획 예정지에 멸종위기 ‘흰발농게’가 대규모로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발을 추진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작성한 전략환경영향평가(초안)에는 흰발농게 서식이 누락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인천녹색연합은 지난달 29일 영종2지구 개발계획지 갯벌에서 저서생물(바다 밑바닥에서 살고 있는 생물) 서식현황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멸종위기종이자 보호대상해양생물인 흰발농게가 대규모로 서식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현장 조사에는 김순래 강화중학교 과학교사를 비롯해 수년간 갯벌모니터링 해 온 갯벌생태안내자 등 9명이 참여해, 개발계획 예정지 4개 지점에서 저서생물, 조류, 식물 등 생태조사를 진행했다. 그 중 2개 지점에서 흰발농게 서식을 확인했다.
흰발농게는 모래가 섞인 갯벌 상부에 서식하며, 너비 2~3cm가 채 되지 않을 만큼 작지만 수컷은 제 몸집만 한 흰색 집게발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해안 개발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 환경부가 2012년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으로, 해양수산부가 2016년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지정했다. 해수부는 흰발농게가 서식하는 안산 대부도 갯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고, 환경부도 한려해상국립공원 연안습지에 흰발농게의 새로운 서식지를 조성하는 등 종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인천녹색연합이 지난달 29일 영종2지구 개발계획지 갯벌에서 저서생물 서식현황을 조사한 결과, 멸종위기종 흰발농게 대규모 서식지가 확인됐다. 인천녹새연합 제공
그러나 인천 영종도의 흰발농게 서식지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이곳 갯벌 393만4564㎡를 매립하고, 2031년까지 1조900억원을 투입해 주택용지, 상업용지, 산업시설 등을 건설하는 영종2지구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이곳은 사업성 결여 등으로 장기간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감사원은 2015년 영종도 경제자유구역은 수요를 과다하게 산정해 공급하면서 개발 지연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인천녹색연합은 영종2지구는 흰발농게 서식지로 적합한 염생식물인 칠면초 군락지가 분포된 곳으로, 정밀조사를 하면 흰발농게가 전체적으로 서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1일 밝혔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이제 인천은 갯벌매립 정책이 아닌 갯벌의 가치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갯벌보전정책이 필요한 때”라며 “민선 7기 박남춘 시정부는 영종2지구 개발계획을 백지화하고,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해수부와 환경부는 영종2지구 개발계획에 ‘부동의’ 함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