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광역버스 업체 관계자와 노동자들이 지난 9일 광역버스 운행비 지원을 요구하며 인천시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21일부터 광역버스 19개 노선 운행을 중단하겠다며 폐선 신청서를 시에 제출했다. 독자 제공
인천에서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 운행이 21일부터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19개 노선을 운영하는 광역버스업체 6곳이 운영 적자를 호소하며 일괄 폐선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10일 인천시의 말을 종합하면, 마니교통·선진여객·신강여객·인강여객·천지교통·신동아교통 6개 업체는 21일 첫차부터 광역버스 19개 노선 버스 259대의 운행을 중단하겠다며 폐선 신고서를 전날 시청 민원실에 접수했다. 폐선 신청한 1000번 등 20개 버스는 대부분 인천과 서울 신촌·서울역·강남을 잇는 노선들이다. 이는 인천지역 전체 광역버스 업체 11곳, 28개 노선, 344대 가운데 국토교통부면허(M버스) 5개 업체 6개 노선 70대와 인천시 면허 2개 업체 3개 노선 15대를 제외한 나머지 노선 전체다.
이들 업체는 호소문에서 “올해 급격한 최저 시급 인상과 ‘운수종사자 휴게시간 보장법’ 신설로 운송 수지 적자는 계속되고 있다. 준공영제 지원을 받는 시내버스 업체와 격차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적자 운행, 열악한 처우에 따른 광역버스 근로자 부족으로 해당 사업을 더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인천시에 광역버스 기사 실태를 여러 차례 보고하고 재정 지원을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아 폐선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인천시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인천 광역버스 1대당 1일 운송원가는 56만9480원이지만, 실제 운송수입은 53만613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개 업체의 적자만 22억원에 달했다. 업체들은 지난해 최저 시급 6470원에서 올해 7530원으로 16.4% 올라 6개 업체의 인건비도 120억6400만원에서 140억4100만원으로 19억7700만원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철도망 확충에 따라 2013년 2326만명이던 승객도 지난해 1685만명으로 줄어드는 등 매년 감소세인 점도 경영난을 부추기고 있다.
광역버스 업체 관계자는 “광역버스 기사들은 준공영제가 도입된 시내버스 기사보다 100만원 정도 덜 받는데, 누가 일을 하려고 하겠느냐”며 “시가 긴급 지원하기로 했던 자금을 우선 지원하고, 준공영제에 광역버스도 포함하는 등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인천시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분 등 23억원을 지원하려는 계획을 검토하다가 철회했다. 광역버스를 준공영제 지원 대상에 포함할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회성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시는 폐선 강행일로 통보한 날보다 5일 앞선 16일까지 노선 폐지 수용 또는 반려 여부를 회신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노선 폐지를 결정하면, 다른 운송사업자를 구할 때까지 인천 광역버스 75.3%의 발이 묶이게 돼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의 불편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으로 2020년 이후 연간 1700억~18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광역버스까지 확대하면 추가로 200억원가량이 필요하다며 재정 여건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 여부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을 지원할 법적 근거도 없다. 늦더라고 원칙을 세우고, 원칙에 따라 시행해야 한다”며 “준공영제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선 7기 경기도는 남경필 전임 지사가 도입한 ‘수익금공동관리 광역버스 준공영제’ 대신 노선입찰제 방식의 ‘새경기 준공영제’를 내년 6월부터 시범 운영할 방침이다. 새경기 준공영제는 노선 운영권을 포기한 비수익 노선 등에 대해 공공이 노선권을 갖고 노선 경쟁 입찰을 거쳐 버스업체에 위탁 운영하는 방식이다. 수입금공동관리 준공영제는 각 버스업체의 운송수입금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운행실적에 따라 표준운송원가를 적용한 각 업체의 운행비용 및 이윤을 기준으로 운영지원금을 배분하는 제도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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