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이은 폭우로 강원 동해안 해수욕장이 울상인 가운데 강릉만 유일하게 피서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피서객 집계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강원도환동해본부의 말을 종합하면, 동해안 시·군 6곳이 잠정 집계한 해수욕장 누적 방문객 수(12일 기준)는 강릉 631만4604명, 동해 135만962명, 속초 162만346명, 삼척 275만1410명, 고성 146만8856명, 양양 302만1782명이다.
강릉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피서객이 5.7% 늘었고, 나머지 시·군 5곳은 모두 줄었다. 특히 속초는 지난해에 견줘 43.4% 줄었다. 삼척 20.9%, 고성 16.6%, 양양 15.8%, 동해 14.6%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강릉시는 피서객 증가 원인으로 케이티엑스 강릉선 개통 영향에 따른 교통 접근성 개선과 대형 숙박시설 확충 등 관광 인프라 개선을 꼽고 있다. 강릉시 관계자는 “경포 해변 국제청소년문화축제와 썸머페스티벌, 버스킹공연 등 다양한 해변축제를 통해 피서객들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정동진 독립영화제와 강릉문화재야행 등 풍성한 문화행사도 피서객 증가에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릉시의 피서객 집계는 페르미 추정방식을 따르고 있어 해마다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페르미 추정방식은 단위 면적당(가로 30m×세로 20m) 인원을 세고 여기에 해수욕장 넓이를 곱하는 방식이다. 경찰이 집회 참여 인원수를 집계할 때도 이 방법을 사용하지만 사실상 ‘눈대중’에 의한 방식으로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돼 인원 부풀리기나 축소가 가능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 강릉시는 기록적인 폭염에 이어 태풍 루사에 버금가는 폭우가 쏟아져 큰 피해를 봤는데도, 동해안 시·군 6곳 가운데 ‘나 홀로 피서객 증가’라는 결과가 나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포 해변 한 관계자는 “올해 계속된 폭염에 폭우까지 쏟아져 해변 피서객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 해도 보기 힘든 지경이었다. 지방자치단체 간 눈치 싸움 탓에 부풀리기식 피서객 수 발표를 중단하고 정확하게 피서객을 집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해운대구는 ‘뻥튀기’ 논란에 휩싸였던 해수욕장 피서객 수 산정 방식에 대한 신뢰성을 되찾기 위해 지난해 처음으로 휴대전화 기지국을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방식을 도입했다. 동해시도 2015년부터 해변 주요 길목에 ‘피서객 산출용 폐회로텔레비전’ 3대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정진회 강원도환동해본부 해양관광담당은 “해양수산부 지침에 전수조사 혹은 무인 계측법(CCTV)으로 피서객 수를 집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정이 되지 않는 곳은 추정법에 의한 조사로 대체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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