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 “대체 축구장 먼저 확보해야”
서울시 “공식 입장 내긴 아직 일러”
서울시 “공식 입장 내긴 아직 일러”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을 민족·독립공원으로 바꾸겠다는 국가보훈처의 ‘독립운동기념공원’ 계획이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축구계와 인근 주민들은 반대 의견이 많고, 효창운동장의 대부분을 소유한 서울시도 아직 신중한 상황이다.
가장 크게 반발하는 곳은 축구계다. 2005년 노무현 정부가 효창공원을 독립공원으로 만들려고 했을 때도 가장 반대한 곳이 대한축구협회였다. 대체 축구장 마련 없이 효창운동장을 철거하는 것은 안 된다는 주장이다. 송기룡 대한축구협회 홍보마케팅실장은 “효창운동장은 1960년 한국이 아시안컵 우승을 일궜던 역사적인 장소이고, 지금도 여자축구 실업리그와 초중고대학 학원축구 리그가 열리고 있다”며 “경기장이 없어진다면 리그 경기에 파행이 일어난다. 철거해야 한다면 서울의 다른 지역에 대체 운동장 시설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구계는 축구 역사에서 효창운동장이 차지하는 의미 때문에 반대하기도 한다. 1960년 건립된 효창운동장은 한국 최초의 축구 전용 운동장으로 현재도 축구인들의 많은 행사와 경기가 열린다. 1960년 효창운동장에서 아시안컵 우승을 일궜던 박경화 전 국가대표 감독은 “한국 축구는 효창운동장과 동고동락했다”며 “가뜩이나 서울에 축구장이 부족한 상황에서 많은 축구인의 추억이 서려 있는 효창운동장을 없애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동네공원’으로서 효창공원을 즐기던 효창동 주민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공만삼(73)씨는 “효창공원은 용산구와 마포구의 주민들이 함께 쓰는 공원”이라며 “근방에 공원이 없는데 이마저도 못 쓰게 될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김구 선생의 묘를 국립묘지로 옮기고 이곳은 공원으로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은주(48)씨는 “효창공원에서 조깅도 하고 산책도 한다”며 “편리하게 이용하던 공원이 국가 공원이 되면 이용에 제약이 따를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효창운동장 부지를 소유한 서울시도 아직 유보적이다. 이상면 서울시 공공개발센터장은 “아직 초기 단계여서 공식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며 “정부 정책이 좀 더 진행되면 토지 활용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주용태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대체 축구장을 마련하는 것도 만만치 않고, 효창운동장 자체에 역사적 의미가 커서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인단체는 독립공원 조성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강세훈 대한노인회중앙회 행정부총장은 “효창공원 성역화를 환영한다”면서도 “일반 공원일 때는 예산도 부족해 시설이 취약했다. 대부분의 보훈 가족들은 노인들이기 때문에 국가가 화장실 등 노인 편의 시설을 보강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윤태 김창금 김경욱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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