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꿈꾸는 인천 송도 ’워터프런트사업’ 예정대로

송도 주민 반발하자 ’경제성 미흡’한데도 추진
인천경제청, 1-1공구부터 우선 “경제성 높일 것”
시민·환경단체 “인천판 4대강 사업 될 것” 비판

송도 워터프런트사업 계획도. 인천경제청 제공

인천시가 송도국제도시를 이탈리아 베네치아처럼 ‘물의 도시’로 조성하는 ‘송도 워터프런트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추진과정에서부터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안 돼 민선 7기 출범과 함께 재검토 정책으로 분류됐던 것이어서 또 다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20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방침을 밝혔다. 워터프런트 사업은 2027년까지 6215억원을 들여 송도국제도시를 ‘미음(ㅁ)’자 형태로 잇는 수로(16㎞)를 조성하고 수변에 해수욕장, 복합마리나리조트, 수변 주거단지 등 친수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인천시 지방재정투융자심사위원회는 지난 10일 방재적 성격을 가진 1-1공구(930m)만 방재부서 의견을 들어 추진하도록 경제청에 통보했다. 나머지 구간은 사업성과 경제성 제고 방안을 강구해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타당성 조사를 거친 뒤 다시 지방재정심사위에 재상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경제청은 방재부서 의견 수렴을 거쳐 1-1공구 설계 등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연내 착공할 방침이다. 1-2공구도 연내 경제성 제고 방안을 재수립한 뒤 타당성 재조사 용역을 의뢰할 계획이다. 2단계 남측 수로 구간도 애초 계획보다 3년 앞당겨 올해 추경 예산을 확보해 공유수면매립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 청장은 “우선 1-1공구부터 추진하되, 나머지 구간에 대한 토지이용계획 변경 등을 통해 경제성을 확보한 뒤 타당성 용역을 재추진하겠다. 인공수로 연결로 생기는 수변 공간을 팔면 사업 재원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제청이 지난 2012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의뢰한 타당성 조사 결과, 비용대비편익(b/c) 값이 0.39에 불과했다. 경제성이 있는지의 잣대가 되는 이 수치는 1을 넘어야 편익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4월 재조사에서는 뚜렷한 계획 변경 없이 0.739로 높아졌지만, 여전히 경제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질·방재분야 사업 필요성이 일부 인정된 결과였다.

이에 시민환경단체는 땅이 팔리지 않을 경우 재정위기를 초래하고, 수질관리 등 건설 뒤 관리에도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돼, ‘인천판 4대강 사업’으로 변질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도 활용도가 떨어지는 경인아라뱃길 사업처럼 빚만 남기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타당성 용역 결과에도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송도워터프런트 사업은 송도 주민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역사회 공론화를 통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