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권력층 인사들의 모임인 ‘인화회’가 해체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 정권 당시 인천 지역의 기관과 유지들을 장악하기 위해 만든 인화회는 그동안 ‘군사정권의 잔재’, ‘정경유착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27일 인천시의 말을 종합하면, 인화회의 당연직 회장인 박남춘 인천시장은 지난 14일 열린 인화회 운영위원회에 탈퇴 의사를 전달했다. 또 당연직 운영위원장인 허종식 정무경제부시장도 함께 탈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시장과 허 부시장은 조만간 탈퇴서를 운영위에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은 “공적 모임이 아닌 사적 모임에 행정을 지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인천시가 인화회 운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도록 지시했다.
박 시장의 이런 조처는 인화회가 군사정권 시절 지방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장악하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졌다는 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기업인들이 대거 참여해 그동안 로비와 청탁 창구로 악용됐다는 시민단체들의 지적을 받아들인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 등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은 “인화회는 서로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지방정부와 기업들이 한 데 어울려 정경유착과 지역 비리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해체를 요구해왔다.
당연직 회장인 인천시장이 탈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인화회의 다른 회원들은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 관계자는 “인천상공회의소에 공문을 보내 인화회 사무국 운영을 맡을 의향이 있는지 회신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시는 인화회에서 완전히 손을 뗀 만큼 모임의 존폐는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화회는 1966년 박정희 정권 당시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가 기관 간 업무 조율과 정보 공유를 위해 만든 인천 지역 기관장 모임에서 시작됐다. 인천이 1981년 경기도에서 분리돼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경기도 기관장 모임인 ‘기우회’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 뒤 인천지역의 정치, 정부, 법조, 경제, 언론, 교육, 관변 등 고위직 인사들의 사교 모임으로 확대됐다. 현재 회원은 215명이다. 또 시 조례에 의한 기구가 아닌데도 인천시장이 당연직 회장을, 정무부시장이 운영위원장을 맡아왔고, 시 총무과가 월례회의를 주관하는 등 행정 지원 업무를 담당해왔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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