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채용·횡령’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 1심 징역 1년6개월

업무방해·업무상횡령 등 인정
시민사회단체 “솜방망이 처벌” 반발

대구지방법원 전경.

박인규(64) 전 대구은행장이 부정채용 등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형사11부(재판장 손현찬)는 21일 업무상횡령, 업무상배임, 업무방해, 증거인멸교사,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은행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정채용으로 인해 공정한 평가를 통해 정상적으로 채용될 수 있었던 일부 지원자는 당연히 탈락될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사정을 알았을 경우 탈락자들이 느꼈을 분노와 배신감은 쉽게 해소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채용비리와 관련된 업무방해죄는 그 범죄가 매우 중대하고, 관련된 피고인들의 죄책 역시 무거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박 전 은행장과 함께 재판을 받은 대구은행 전 직원 등 14명에게 모두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 5월18일 대구지검 특수부(부장 박승대)는 박 전 은행장을 구속기소했다. 박 전 은행장은 2014~2017년 점수조작 등의 방법으로 대구은행에 20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를 숨기기 위해 지난해 11월 직원들에게 인사부 컴퓨터를 교체하거나 채용 관련 서류를 파쇄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 전 은행장은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상품권을 사들였다가 되파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만들어 대구은행에 손해를 끼치고 개인적으로 비자금을 사용한 혐의도 있다.

판결 결과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반발했다. 대구참여연대 등이 참여하는 ‘대구은행 부패청산 시민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어 “불법 비자금 조성, 채용비리 등 사상 초유의 대구은행 비리를 엄단해야 할 법원과 금융감독원의 조처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심히 유감이다. 엄벌에 처해야 마땅함에도 징역 1년6개월에 그친 것은 비리척결, 경영혁신과는 거리가 먼 가벼운 판결이다. 재판부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에 항소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 전 은행장은 경북 경산에서 태어나 영남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 대구은행에 입사해 본부장, 부행장보, 부행장 등을 거쳐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3월 제11대 은행장에 올랐다. 이후 그는 비리로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자 지난 4월 물러났다. 그는 구속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고향이 같다.

김일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