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인사 업무를 쥐락펴락해 이른바 ‘꽃보직’으로 불리는 ‘인사팀장’ 직위를 사상 처음으로 공모를 통해 뽑았다. 인사팀장 공모는 민선 7기 들어 단행한 승진 인사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고육책이었지만, 공직사회는 공모제가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답보할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인천시는 ‘인사팀장(5급) 직위 공모’에 응모한 4명 중 김학범 정책기획관실 조직관리팀장이 1위를 차지해 인사팀장으로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시는 전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응모한 4명(행정직 3명, 기술직 1명)에 대한 다면평가를 실시했다. 다면평가는 성실성·직무수행능력·신뢰도·대외협상력과 청렴도 등의 평가 항목마다 1~5점을 매겨, 최다 점수를 얻은 응모자가 임명되는 방식이다.
전 직원 3822명 중 32.8%인 1255명이 참여했다. 시는 4일 자로 김 팀장을 인사팀장으로 전보 발령할 방침이다. 직위 공모 인사팀장은 임기 2년 동안 전보·승진이 제한된다.
사상 처음 실시한 인사팀장 직위 공모제는 지난달 20일 인사위원회의 승진자 의결과 관련해 공직 내부에서 인사 불만이 쏟아진 데 따른 것이다. 시청 내부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는 행정직 위주의 인사, 소수 직렬에 대한 차별, 특정 라인 위주 인사 등의 비난 글이 잇따랐다.
특히 인사적체가 극심한 상황에서 인사 부서가 포함된 행정관리국 전·현직 공무원의 승진이 두드러지면서 특정 라인 특혜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시는 논란이 지속하자 지난달 27일 실국별 5~6급 직원과 노조 대표 등과 긴급회의를 열어 인사팀장 공모제를 결정했다.
그러나 다면평가 방식의 공모제 역시 인사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인기투표’에 불과했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는 데다, 공모직 전환만으로 인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답보될 지 의구심을 갖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한 5급 공무원은 “같이 근무한 경험이 없으면 응시자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결국 행정 요직에 있는 인기 공무원이 될 수밖에 없는 방식이다. 다수인 행정직을 제치고 소수 직렬이 1위를 하는 것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는 인사 제도 혁신을 위해 태스크포스를 꾸려 성과 위주의 승진 체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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