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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원장 입장 때 공무원들 ‘기립’ 안해도 됩니다

등록 2018-10-03 11:59수정 2018-10-03 20:23

[국회보다 먼저 달라진 지방의회]
상임위 회의 때 ‘공무원 벌세우기’ 폐지
회의와 자료는 모두 실시간으로 공개
의원 출석률 공개하고 국외연수 엄격히
부산시의회 한 상임위원회 회의 모습. 공무원들이 좌석을 차지하다 보니 시민 방청석은 거의 없다. 부산시의회 제공
부산시의회 한 상임위원회 회의 모습. 공무원들이 좌석을 차지하다 보니 시민 방청석은 거의 없다. 부산시의회 제공
지난 7월 새로 출범한 일부 지방의회들이 국회도 고치지 못한 잘못된 관행들에 도전하고 나섰다. 특권과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이 전국의 지방의회로 확산하고, 나아가 권위주의의 상징인 국회의 변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회의 운영 방식의 개선이다. 강원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공무원 벌세우기식’ 회의를 중단했다. 7월 추가경정예산안 종합심사 때부터 질의-답변 순서에 해당하는 실·국장만 참석하도록 했다. 이전엔 상임위원회가 열리면 답변할 차례가 아닌 실·국장과 과장들까지 우르르 몰려가 계속 자리만 지키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심지어 해당 상임위와 관련한 모든 실·국·과장들이 의회에 출석해 앉아 있다가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하루를 보내는 일도 허다했다.

부산시의회도 최근 상임위원회 때 과장급(팀장급) 이상만 출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과장급 이상 간부들은 물론이고 사무관이나 주무관들까지 상임위에 참석하느라 업무에 지장을 받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떼로 몰려들어 시민들의 방청석을 모두 차지한다는 비판도 계속되었다.

부산시의회 본회의에서 박인영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부산시의회 제공
부산시의회 본회의에서 박인영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부산시의회 제공
이런 풍경은 국회 상임위나 국정감사 때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중앙행정기관의 60%가량이 세종시로 옮겨간 상황이어서 이런 잘못된 관행이 국회 회기 때나 국정감사 때 세종시의 행정부 업무를 마비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춘희 세종시장 등은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길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국회 상임위를 열 수 있는 국회 분원(제2국회)을 세종시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의회의 활동 내용도 대폭 공개된다. 부산시의회는 부산시에서 보내온 업무보고서와 행정사무감사 자료, 의회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등 의회 활동과 관련한 모든 자료를 인터넷을 통해 시민과 시민단체들에 공개하기로 했다. 그동안 부산시의회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시민단체 등이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경우에만 공개해왔다.

국회도 행정부의 업무보고서나 국정감사 요청 자료 등은 공개하고 있으나, 업무추진비는 이런저런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근 ‘세금도둑 잡아라’ 등 시민단체들은 국회의 업무추진비와 특별활동비, 예비비 내역까지 모두 공개하라며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국회가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이 접견실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있다. 부산시의회 제공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이 접견실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있다. 부산시의회 제공
의원들의 회기 내 출결 상황도 모두 공개된다. 강원도의회는 이달부터 본회의와 상임위원회의 ‘도의원 출석부’를 공개할 예정이다. 물론 이전에도 회의록과 의안처리시스템에 의원들의 출석 상황을 공개했지만, 본회의의 경우 전체 참석 인원만 공개했고 개인별 출석 상황은 공개하지 않았다. 또 상임위는 전체 참석 인원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의원들의 낮은 출석률은 회기 때마다 지적된 고질적인 문제였으나, 의원 개인 출석률은 의회 활동 전체 자료를 일일이 찾아봐야만 파악할 수 있었다. 강원도의회는 회의 규칙을 개정해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개인 출석률 통계를 회기 종료 뒤 30일 안에 모두 공개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는 의원들의 본회의와 상임위 출석 여부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이를 조사, 공개하고 있다.

또 부산시의회 운영위원회는 이달부터 자체 방송을 통해 운영위의 모든 회의를 실시간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노기섭 부산시의회 운영위원장은 “권위주의를 벗고 의회를 시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의회의 문턱을 낮추려고 한다. 법적으로 문제될 내용이 아니면 모든 활동과 자료를 시민들에게 공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수해가 발생한 지 이틀 뒤에 일부 의원들이 국외연수에 나섰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중도 귀국했던 충북도의회에선 연수 절차를 대폭 강화했다. 이전엔 출국 15일 전 연수계획서만 제출했지만 앞으로는 60일 전 사전연수계획서, 30일 전 실행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해 심사를 1단계에서 2단계로 늘렸다. 국외연수 심사위원 8명 가운데 도의원은 2명에서 1명으로 축소했고, 국외연수를 떠나는 상임위원장이 심사위원회에 출석해 질의에 대답하는 절차도 만들었다. 또 국외연수가 끝나면 의원이 직접 결과보고서를 제출하고 평가보고회를 거친 뒤 그 내용을 인터넷 누리집과 언론매체에도 공개하도록 했다. 부산시의회는 국외연수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의장에게 허가를 받고, 국외연수 계획서를 출국 30일 전에 제출하고 귀국 뒤 20일 안에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지난해 7월 충북도의회 앞에서 수해 속 유럽연수를 강행한 충북도의회 의원 4명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제공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지난해 7월 충북도의회 앞에서 수해 속 유럽연수를 강행한 충북도의회 의원 4명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제공
이밖에 부산시의회 상임위원회는 8월30일~9월12일 열린 제8대 부산시의회 두번째 임시회부터 상임위원장이 회의장에 입장할 때마다 공무원들이 일어서는 관행도 없앴다. 일부 시의원은 상임위원장이 입장할 때 공무원들이 일어서는 것은 시민 대표들을 존중하는 것이라며 관행을 유지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다수 의원들은 권위주의적인 문화라며 폐지를 요구했다. 부산시의회에서 이렇듯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은 1991년 첫 광역 선거 이후 27년 만에 자유한국당 계열이 아닌 정당이 다수당이 된 것과 관련이 깊어 보인다.

시민단체들은 지방의회의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방의회의 문턱을 더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박수를 보낸다. 일시적인 보여주기 이벤트가 아니라 앞으로 모든 의정 활동에서도 시민을 섬기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 청주 춘천/김광수 오윤주 박수혁, 김태규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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