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학교 성비위 대책을 발표하는 오승현 광주시교육청 부교육감 광주시교육청 제공
광주시교육청이 잇따른 제자 성희롱 사건의 해법으로 정면승부 대신에 우회노선을 선택했다.
광주시교육청은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성희롱·성폭력 없는 안전한 학교 조성을 위한 성 인식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일부 학교에서 성비위 혐의가 불거진 교사들이 재판에 넘겨졌거나 감사를 받고 있다. 다른 학교도 성비위가 발생했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신고와 예방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내놨다”고 밝혔다.
대책을 보면, 피해 학생이 전화, 누리집,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신고할 수 있도록 채널을 다양하게 마련한 것을 비롯해 △가해 교사의 교단 배제 △외부기관을 통한 실태조사 △피해 학생 보호 △교직원 연수로 의식전환 등이 담겼다.
시교육청은 이날 광주시의회와 시민단체가 요구한 피해실태 전수조사를 수용하지 않았다. 시교육청은 “전수조사를 시행하면 모든 학교가 한동안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고, 인력·비용·시간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하다. 피해 학생이 노출되는 등 부작용마저 우려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문제가 불거진 학교는 이미 조사를 진행 중인 만큼 수백개 학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일 필요까지는 없다는 내부의 의견이 결정에 반영됐다. 오승현 부교육감은 “전수조사를 두고 심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현실적 제약이 너무 많다. 적극적으로 신고를 유도하고 엄정하게 조사하면 전수조사에 못지않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광주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는 이런 해법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정순애 광주시의회 의원은 “학부모나 시민 등은 전수조사를 통해 학교의 성비위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교육청이 내놓은 대책으로는 학교의 성비위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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