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부산에서 최말자씨를 인터뷰했습니다.
최씨는 최근 ‘56년 만에 미투’로 화제를 모았던, 이른바 ‘김해 혀 절단 사건’ 당사자입니다. 최씨는 18살이던 1964년 5월6일,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남성에게 저항하다가 남성의 혀를 깨물어 절단했다는 혐의로 징역 10월(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법원으로부터 ‘정당방위’를 인정받기는커녕, ‘가해자’가 되어버린 셈입니다.
반면 ‘진짜 가해자’였던 남성에겐 최씨보다 더 적은, 징역 6월형(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습니다. 검찰은 이 남성에게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고 ‘혀가 잘렸으니 어떻게 할 거냐’며 최씨의 집에 칼을 들고 찾아와 행패를 부린 혐의(특수협박·특수주거침입)만 인정했습니다.
억울함을 속으로만 삭히다가, 최씨는 2020년 5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지 56년 만에 비로소 ‘정당방위였음을 인정하라’고 목소리를 낸 것입니다. 하지만 부산지법과 부산고법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최씨의) 무죄를 인정할 만한 새로운 증거가 없다”는 게 주된 이유였습니다. 대법원은 2년 가까이 재심 판단을 뭉개고 있습니다.
최씨는 일주일에 두세번씩 산에 올라 가슴을 친다고 합니다. 그래야 분노가 가라앉는다고 합니다. 최근엔 꽃을 그리며 마음을 다스린다고 했습니다. 최씨를 인터뷰하러 가던 길, 꽃 한 다발을 샀습니다. 다행히 꽃을 반겼습니다. 그의 마음에 진정한 평안을 가져다 줄 선물, 그것은 대법원이 재심 결정에 나서는 것이 아닐까요.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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