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노조 등 37개 단체로 구성된 ‘인천지역연대’는 10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천시는 법인 분리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한국지엠에 통보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지엠(GM)이 인천 부평 본사의 연구개발(R&D) 법인과 생산 법인을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지엠 노조와 지역 시민단체들이 철수를 위한 신호탄이라며 인천시의 단호한 대처를 촉구했다.
한국지엠 노조 등 37개 단체로 구성된 ‘인천지역연대’는 10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천시는 법인 분리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한국지엠에 통보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법인을 쪼갠 뒤 부평공장을 생산하청기지로 전락시켜 신설 법인만 남겨두고, 생산공장은 장기적으로 폐쇄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며 “인천시가 한국지엠에 수십년간 혜택을 주면서도 파렴치한 시도를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법인 분리 땐 한국지엠에 최장 50년 동안 무상으로 임대한 청라연구소 용지 회수 등의 조처 입장을 명확하게 밝힐 것을 주문했다. 인천시는 2005년 한국지엠 철수설이 퍼지자, 47만5000㎡ 규모의 땅을 30년 동안(추가 20년 가능) 무상으로 제공하는 내용의 ‘청라기술연구소 토지 임대차계약’을 한국지엠과 체결했다. 이복남 금속노조 한국지엠 부지부장은 “협약에는 청라 용지를 다른 법인에 양도하거나 대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연구개발 법인이 신설되면 협약 당사자의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엠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어 법인 분리 안건을 의결했으며, 19일 주주총회를 소집해 이 안건을 처리할 방침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달 20일 인천지법에 ‘주총 개최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한 상태다. 한국지엠이 2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협의없이 법인 신설을 추진했고, 법인 분리는 지난 5월 체결된 한국지엠 경영정상화를 위한 기본협약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인천지역연대는 “인천시는 산업은행에도 시의 명확한 입장을 알려 주주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승조 인천지역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정부는 지난 5월 한국지엠의 부도 협박에 노동자만 희생을 강요하면서 8500억원을 지원했다. 장기적인 경영 상황을 명확히 확약받지 않은 책임이 크다”며 “정부와 인천시는 법인 분리에 대해 더는 방관하지 말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법인 분리 때 청라기술연구소 토지 임대차계약의 유효성 등에 대해 법률 검토를 하는 등 시가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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