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0월16일 오후 4시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신체검증을 받기 위해 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정하 기자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행정을 한 일이 없기 때문에 사필귀정일 것이라고 믿는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친형 강제입원’, ‘여배우 스캔들’ 등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29일 오전 10시 경기도 분당경찰서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한 광역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수사당국에 출석하는 단체장은 김경수 경남지사에 이어 이 지사가 두 번째다.
그는 “경기지사의 한 시간은 1300만의 시간이다. 이런 일로 도청을 비워 도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인생지사 다 새옹지마 아니겠나. 행정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한 일이 없다. ”고 거듭 강조했다. 경찰의 수사와 과하다고 불만을 제기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 “모든 경찰이 그런 것이 아니라 일부 경찰이 ‘오버’하는 것 같다. 대한민국엔 경찰만 있는 것이 아니고 검찰, 법원도 있어서 순리에 따라 진실에 접근하면 합리적인 결론이 날 것으로 확신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 대한 관심보다 도정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경기도가 추진하는 기본소득 개념의 국토보유세 도입하면, 불로소득 없애고, 소득 격차 줄여 경제도 살아난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이번 경찰 출석은 바른미래당 성남적폐진상조사특위가 지난 6월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방송토론 등에서 친형 강제입원 의혹과 김부선 씨 관련 의혹을 부인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성남시장 권한을 남용해 형을 강제입원시키려 한 직권남용죄 △자신이 구단주로 있던 성남에프시(FC)에 여러 기업이 광고비 명목으로 160억원 이상을 지불하도록 한 특가법상 뇌물죄(또는 제3자 뇌물죄) 등으로 이 지사를 고발했다.
이 지사에게 제기된 의혹이 많아 이날 조사는 장시간 이어질 전망이다. 더욱이 이 지사는 유명 로펌인 법무법인 화우에 자신의 변호를 맡겼고, 경찰은 이에 맞서 변호사 출신 경찰관 4명이 포함된 20여명 규모의 전담팀을 꾸린 것으로 알려져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 지사는 지난 6·13 지방선거를 전후해 제기된 각종 의혹해 대해 방송토론이나 개인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명 또는 반박해왔다. 이 지사는 소환 전날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제입원 직권남용 수사…촛불 정부 소속 경찰이라 할 수 있겠느냐. 국민의 법정에 맡긴다”며 거듭 부인했다. 그는 친형의 입원기록,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 등을 무혐의 증거로 함께 첨부하며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도 몇 차례 스크린 된 사건이고 그때도 경찰이 이러지는 않았다”고 경찰 수사에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이 지사 지지단체 2곳 250여명과 보수단체 회원 20여명은 경찰서 앞에서 각각 집회를 열어 ‘공정수사’ ’적폐 이재명’을 외치며 대립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경찰병력 2~3개 중대를 경찰서 주변에 배치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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