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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5·18 군 성폭력 첫 인정 “총으로 위협하며 집단 성폭행”

등록 2018-10-31 07:32수정 2018-10-31 20:14

정부 공동조사단 31일 5·18 여성 성폭행 공식 확인
<한겨레> 5·18 성폭행 의혹 보도 뒤 정부 첫 인정
10대 여고생·30대 주부 등 “군복만 보면 울렁거려”
“국가 기관 차원에서 5·18 성폭행 인정·사과 필요”
5·18민중항쟁부상자 동지회 초대 회장을 지낸 이지현씨가 지난 1989년 2월20일 전남 나주의 한 식당에서 5·18 당시 군인들한테 성폭행을 당한 뒤 승려가 됐던ㅇ씨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지현씨 제공
5·18민중항쟁부상자 동지회 초대 회장을 지낸 이지현씨가 지난 1989년 2월20일 전남 나주의 한 식당에서 5·18 당시 군인들한테 성폭행을 당한 뒤 승려가 됐던ㅇ씨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지현씨 제공
5·18민주화운동 때 진압 군인 2명 이상이 여성 1명에게 총을 들이대고 생명을 위협하며 성폭행한 사례가 다수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5·18 당시 여고생과 주부를 집단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한겨레>가 제기(2018년 5월8·10일치 1면)한 뒤 정부가 5·18 성폭력 사실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계엄군 등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트라우마(정신 외상)에 시달리고 있는 생존자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여성가족부·국가인권위원회·국방부가 참여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이하 공동 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면, 5·18민주화 운동 때 계엄군·수사관 등이 저지른 성폭행 범죄는 지금까지 17건(중복 제외)으로 조사됐다. 공동조사단은 “피해자 대다수는 군복을 착용한 다수(2명 이상)의 군인들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당시 군인들은 여성 1명에게 총으로 생명을 위협하면서 성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반인륜적 범죄는 광주에서 시민군이 조직되기 전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공동조사단은 “성폭행 피해는 5·18민주화운동 초반인 5월 19일부터 21일 사이에 광주 시내에서 다수 발생했다”고 밝혔다. 피해 장소는 5·18민주화운동 초기엔 금남로·장동·황금동 등 광주 시내 중심가가 많았지만 중후반에 접어들면서 광주교도소(각화동)·상무대(군부대) 인근으로 확대됐다. 피해자의 나이는 10~30대였고 직업은 고교생, 주부, 생업 종사자 등으로 다양했다. 공동조사단은 “여고생이 강제로 군용트럭에 태워져 가는 모습, 사망한 여성의 유방 및 성기가 훼손된 모습에 대한 목격 진술 확인했다”고 밝혔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을 강제로 진압하는 계엄군.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을 강제로 진압하는 계엄군.
‘전쟁 성범죄’와 같은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지금까지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공동조사단은 “대부분 피해 기억 속에 갇혀 제대로 치유받지 못해 고통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금도 얼룩무늬 군복만 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힘들다”, “정신과 치료도 받아봤지만 성폭행 당한 것이 잊혀지지 않는다”, “가족에게도, 그 누구한테도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스무 살 그 꽃다운 나이에 인생이 멈춰버렸다”, “육체적 고통보다 성폭행당한 정신적인 상처가 더 크다”고 호소했다. 이 때문에 공동조사단은 피해자가 원하는 경우 전문 트라우마 치유기관에서 심리치료를 받도록 조처했다.

5·18 성폭력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선 진상규명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동조사단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병력배치 및 부대이동을 확인했지만, 조사권 등의 한계 때문에 가해자를 특정하지는 못했다. 공동조사단은 “당시 성폭력 현장을 목격하였거나 들었던 군인들의 증언 필요하다. 진실을 고백하는 조건으로 가해자에 대한 형사 처벌을 유예 등 다양한 방안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개정해 진상규명의 범위에 ‘성폭력 범죄’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왼쪽부터),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노수철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지난 6월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 현판식에 참여해 현판을 걸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왼쪽부터),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노수철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지난 6월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 현판식에 참여해 현판을 걸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5·18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치유 대책과 별도의 구제절차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5·18 성폭력 피해자들 은 당시 상황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5·18 보상에서 제외됐다. 공동조사단은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보상신청기간 연장 및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별도 구제절차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계엄군에 의해 자행된 성폭력 등 여성 인권 침해행위에 대한 국가기관의 인정, 사과 표명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공동조사단은 지난 6월부터 △피해 접수·면담 △광주광역시 보상심의자료 검토 △5·18 관련 자료 분석 등의 방법으로 5개월 여동안 조사를 실시해 17건의 성폭행 피해사례 등을 확인했다. 공동조사단은 1990~2006년에 나온 광주광역시 5·18 보상심의자료를 검토한 뒤 성폭행 사례를 확인해 당사자들을 역추적해 면담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공동조사단은 앞으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이번 자료를 넘길 방침이다. 공동조사단은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출범 전까지는 광주광역시 통합신고센터(062-613-5386)에서 지속적으로 신고접수를 받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화보] 1980년 5월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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