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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지만원에 가로막힌 ‘5·18 조사위원회’ 왜 급하냐면요

등록 2018-10-30 17:24수정 2018-10-30 21:39

성폭력 피해 사실 이제서야 드러나는데
이미 38년이 지나버린 증거와 증인들
헬기 사격, 5·11연구위 등 규명 대상 산더미
핵심 당사자 전두환 87살…“마지막 기회”
내일, 정부 조사단 ‘성폭력’ 조사 결과 발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진짜냐.”

지난 26일 자유한국당 안에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 위원에 극우 논객 지만원씨를 추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기사를 썼습니다. 기사화 뒤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진짜냐”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 얘기를 들었을 때 처음 내뱉은 말도 이거였습니다. 그런데 확인해보니, ‘실화’였습니다. 물론 지도부가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상황은 아니고요. 내부에서 강력하게 추천하는 목소리들이 있는데 정리가 잘 되지 않아 시간이 계속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복수의 관계자들이 ‘지만원 카드’를 위원 추천 지연의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조사위 설치는 지난 9월14일 시행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의 핵심 내용인데요. 벌써 법 시행 1달 보름이 지났는데도 출범이 안 되고 있는 것입니다. 국회의장(1명)과 더불어민주당(4명), 바른미래당(1명)은 모두 배정된 몫을 다 추천했지만 한국당(3명)만 명단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5·18 특별법 자체도 여러 난관을 뚫고 지난 2월 겨우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는데,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시민들을 무참히 폭행하는 모습. 5·18기념재단 제공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시민들을 무참히 폭행하는 모습. 5·18기념재단 제공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각종 조사위, 특위들 가운데 5·18 조사위는 시급성 측면에서 주목도가 더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의 경우 십수년간 홀로 가슴앓이를 하다 이제서야 피해 사실을 털어놓고 있는데, 지난 38년간 진실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증거와 증인들은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1980년 9월4일 “소령 계급을 달고 계장으로 불리던 그 수사관”한테 성폭행을 당했으나 이 같은 사실을 숨기고 살다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를 보고 용기를 낸 김선옥(60)씨 등이 대표적입니다. ▶관련기사 [단독] “고문 뒤 석방 전날 성폭행” … 5월항쟁 38년만의 미투

이에 여성가족부와 국가인권위원회, 국방부가 지난 6월 공동조사단을 꾸려 성폭력 피해 사실 등을 조사해봤는데, 파악된 것만 최소 17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0대 주부와 17살 여고생, 시내버스 회사 직원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처럼 정부 공동조사단이 공식적으로 나섰음에도, 가해자에 대한 접근은 전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강제적인 조사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특별법에 의한 조사위가 출범하면 가해자에 대한 조사가 가능해집니다. 국회에서 합의된 조사위의 권한은 아래와 같습니다.

제27조(진상규명 조사방법)

① 위원회는 조사의 방법으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

1. 조사대상자 및 참고인에 대한 진술서 제출요구

2. 조사대상자 및 참고인에 대한 출석요구 및 진술청취

3. 조사대상자 및 참고인, 그 밖의 관계 기관·시설·단체 등에 대한 관련 자료 또는 물건의 제출요구 및 제출된 자료 또는 물건의 보관

4. 기관등에 대한 사실조회

5. 감정인의 지정 및 감정의뢰

6. 진상규명 사건의 원인이 된 사실이 발생한 장소 및 그 밖의 필요한 장소에 출입하여 장소, 시설, 자료나 물건에 대하여 하는 실지조사

② 위원회는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위원 또는 직원에게 제1항 각 호의 조치를 하게 할 수 있다.

③ 위원회는 제1항제6호에 따른 실지조사를 하는 경우 기관등에 대하여 필요한 자료 또는 물건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자료 또는 물건의 제출요구를 받은 자는 지체 없이 이에 응하여야 한다.

④ 위원회가 제1항제2호에 따라 진술을 청취하는 경우 「형사소송법」 제147조부터 제149조까지와 제244조의3을 준용한다.

⑤ 위원회가 제1항제3호 또는 제3항에 따라 필요한 자료 또는 물건의 제출요구를 하는 경우 「형사소송법」 제110조부터 제112조까지, 제129조부터 제131조까지와 제133조를 준용하되, 자료 또는 물건의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소명하여야 한다.

⑥ 위원회는 제5항에 따른 소명을 검토한 결과 이유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위원회의 의결로 자료 또는 물건의 제출을 명령할 수 있다.

⑦ 위원회로부터 실지조사 또는 진상규명과 관련하여 자료 및 물건의 제출 명령을 받은 기관등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 및 물건의 제출을 거부해서는 아니 된다.

제28조(동행명령)

① 위원회는 제27조제1항제2호에 따른 출석요구를 받은 사람 중 위원회의 조사에 관한 증거자료를 보유하거나 정보를 가진 것으로 인정되는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2회 이상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위원회의 의결로 동행할 것을 명령하는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다.

⑥ 현역 군인인 대상자가 영내에 있을 때에는 소속 부대장은 위원회 직원의 동행명령장 집행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

제29조(검증)

① 위원회는 이 법에 따른 조사에 필요한 경우 위원회의 의결로 자료 또는 물건에 대한 검증을 실시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검증을 하는 경우 위원장은 검증의 대상이 되는 자료 또는 물건의 관리자(기관등의 경우 그 기관·시설·단체 등의 장을 말한다)에게 검증실시통보서를 발부한다. 이 경우 검증실시통보서는 검증일 3일 전까지 송달되어야 한다.

③ 제2항에 따른 검증실시통보서에는 검증을 실시할 위원과 검증의 목적, 대상, 방법, 일시 및 장소, 그 밖에 검증에 필요한 사항을 기재하여야 한다.

④ 국가기관에 대한 검증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제1항을 준용한다.

⑤ 제2항에 따른 검증실시통보서의 송달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의 송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제30조(압수·수색 영장 청구의뢰)

위원회는 진상규명을 위하여 필요한 자료 또는 물건을 가지고 있는 개인 또는 기관등이 그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이를 인멸·은닉·위조 또는 변조한 범죄 혐의가 현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다.

애초 발의안에 비해 ‘강제력’ 관련 권한이 다소 약해진 부분도 있고 동행명령에 거부할 경우 과태료 처분 정도에 그치게 되는 등 한계는 분명 있지만,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은 이것만으로도 5·18 규명에 큰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은 “조사위가 가동될 경우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동행명령은 정해진 수순”이라며 “강제력 없이 진행된 정부 공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만으로도 새로운 사실들이 적잖이 드러난 만큼 조사위를 통해 제대로 된 진상규명에 속도를 높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조사위 조사 결과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엔 “검찰총장에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개연성이 인정될 경우 “수사기관에 수사를 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는 권한도 부여됐습니다.

성폭력 사건 외에도, 조사위를 통해 새롭게 밝혀야 할 것들이 많이 쌓여있습니다. △군의 시민들에 대한 최초 발포와 집단 발포 책임자 및 경위 △계엄군의 헬기사격에 대한 경위와 사격 명령자 및 시민 피해자 현황 △1988년 국회 청문회 대비 군 보안사와 국방부 등 관계기관들이 구성한 ‘5·11 연구위원회’의 조직 경위와 활동 사항 및 진실 왜곡, 조작 의혹 △집단 학살지, 암매장지의 소재 및 유해 발굴과 수습 △행방불명자의 규모 및 소재 등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계엄군의 헬기 사격 역시 이번 정권 교체 뒤에야 본격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대상입니다. 한국당의 요구로 △북한군 개입 여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는데, 평화당 등의 ‘맞불성’ 요구로 △북한군 침투조작 사건도 같이 규명하기로 했습니다. 저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대표적 인사가 바로 지만원씨입니다. 어찌됐든 조사위가 일단 꾸려져야 조사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진상 규명과 관련해 핵심 당사자로 여겨지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87살입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 기대여명이 많지 않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신군부 인사들 상당수도 이미 숨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 조사위가 5·18 진상규명의 마지막 기회로 여겨지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지만원’ 논란으로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는 것입니다.

내일(31일) 정보 공동조사단은 5·18 당시 성폭력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공동조사단은 이 조사 결과를 조사위에 넘길 예정입니다. 물론 한국당 내부 논의가 정리되고, 위원 추천이 마무리돼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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