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3일 오후 경기 오산시 양산동 한신대 경기캠퍼스 장공관 앞에서 ‘한신대 유학생 강제 출국 규탄 시국 기도회’가 열린 가운데, 한 참가 학생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부끄럽다’는 글자가 화면에 나타난 휴대전화를 들어 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신대학교가 최근 부설 한국어학당에 다니던 우즈베키스탄 국적 유학생 22명을 강제로 집단 귀국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대학 쪽은 “출입국관리소가 학생들의 잔고 증명서를 요구했는데 대부분 체류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런 사실을 통보하면 학생들이 도망쳐 불법체류자가 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유학생이 미등록 외국인이 될 경우 앞으로 유학생 모집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해 이런 일을 벌였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유학생 유치가 대학에 어떤 의미를 지니기에 무리한 강제 출국까지 감행한 걸까? 전문가들은 대학 재정난 해소를 목적으로 한 무분별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와 허술한 정부 지원이 맞물린 결과로 설명한다.
한신대 사건에서 보듯 ‘불법체류율’은 유학생을 받은 국내 대학이 민감하게 여기는 영역이다. 불법체류율에 따라 대학의 유학생 유치 성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매년 대학의 자체적인 유학생 질 관리를 유도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실태조사’와 ‘교육 국제화 역량 인증제’를 벌이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기본요건이 ‘불법체류율’이다.
학위 과정이나 어학연수에서 발생한 불법체류자 비율이 대학 규모에 따라 2~4% 미만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교육 국제화 역량 인증대학’이 되어 학생 비자 발급 절차가 간소화되는 혜택을 받는다. 반면 이 비율이 10%를 넘는 등 기준을 벗어나면 ‘외국인 유학생 모집제한 권고 대학’으로 지정돼 1년간 유학생에 대한 신규 비자 발급이 제한될 수 있다.
유학생 유치를 이어가기 위해 전문성 없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유학생 체류 문제를 관리하게 되는 구조다. 한 비수도권 대학의 국제교류 업무 담당자는 “한신대가 위법 소지가 있는 강제 출국까지 벌인 것에 문제가 있다”면서도 “대학은 불법체류율을 신경쓸 수밖에 없는데, 대학이 단속 기관도 아니고 표준업무처리 요령에 따른 절차를 거치더라도 순수하게 수학을 위해 한국에 방문한 것인지 아닌지를 완벽하게 가려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체류 관리의 어려움에도 국내 유학생(어학연수생 포함) 규모는 2012년 8만6878명에서 2022년 16만6892명으로 10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대학이 재정난을 등록금 규제 등에서 자유로운 유학생 유치를 통해 메우려 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대학 교육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이 특히 적은 한국 현실에서 등록금과 학생 수는 대학 재정에 절대적인 노릇을 한다. 하지만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II 유형을 지원하는 교육부 정책에 따라 대부분 대학 학부 등록금은 14년째 제자리다. 수도권 대학의 경우 정원 규제로 학생 수를 늘리기 어렵고, 지역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로 내국인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다.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의 ‘학생 수 감소와 사립대학 재정 건전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일반대학 학부 등록금 수입은 2015년 8조2868억원에서 2021년 7조7594억원으로, 물가상승에도 되레 6.4% 줄었다. 비수도권 사립대의 경우 2021년 기준 91곳 가운데 74곳(81.3%)이 운영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대학교육협의회, ‘대학 등록금 및 사립대 운영 손익 현황 분석’)
‘정원 외’로 학교에 들어오고, 등록금 인상에도 제한이 없는 유학생이 대학 재정난을 해소할 대안으로 여겨진 배경이다. 실제 대학교육연구소 분석 결과, 193개 국·공·사립 일반대·산업대·교육대 중 2023학년도 학부 등록금을 인상한 곳은 17곳(8.8%)에 그쳤으나, 대학원이나 정원 외 유학생의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69곳(35.8%)이었다. 어학연수생들은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저렴하지만 대학은 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뒤 학위과정 유학생으로 유입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송기창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총장(전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은 “등록금 동결이 오래되다 보니 대학이 자체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없어 어학당 수입을 올리고 유학생을 모집하는 게 재정 결손을 메울 해법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불법체류자가 발생해) 유학생 모집에 제한이 걸리면 자구 노력이 효과를 거두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 또한 유학생의 양적 증가에 집중되면서, 이들의 한국 생활 여건과 관련해선 의미 있는 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모양새다. 교육부는 지난 8월 내놓은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스터디 코리아 300K 프로젝트)에서, 2027년까지 유학생 30만명을 유치해 세계 10대 유학 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어학 능력 기준 완화 등 유학생의 진입 문턱을 낮추는 내용이 골자다. 반면 이들의 한국 생활 여건과 관련해선 법적으로 아르바이트가 가능한 시간을 주 25시간에서 30시간으로 늘리는 방안 정도가 제시됐다. 유학생의 졸업 뒤 정주를 위한 취업 연계 또한 뿌리산업 등 내국인이 기피하는 빈 일자리 취업을 유도하는 내용이다.
유학생 수 늘리기에 집중돼 생활 적응은 뒷전인 정책에 한국 유학 ‘실패’ 사례도 늘고 있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학업을 마치지 못한 중도 탈락자는 4년제 일반대 기준 2019년 4770명에서 2022년 7072명으로 늘었다. 유학 이후 본국에 돌아가지 않고 미등록 외국인이 되는 경우도 2019년 2만1970명에서 2022년 3만6067명으로 늘었다.
유학생 모집과 관리 과정에서 정부가 일관된 정책을 펴지 못해 현장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2020년에 낸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 ·관리 실태 분석 연구 ’ 보고서에서 “교육부는 공격적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중점을 뒀으나 법무부는 불법 체류자 입국 금지와 노동시장 보호 등에 초점을 둔 방어적 태세를 정책 목표의 기본 방향으로 두고 있어 동일 정책에 대한 주무 부처 간 목표 불일치가 발생하고 대학 현장에서는 실무적인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짚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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