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회 전국체육대회 당시 국일정공 여자실업농구팀 경기 모습. 대한농구협회 영상 갈무리
인천지역 유일의 여자농구 실업팀인 국일정공이 해체 위기에 놓였다. 박남춘 인천시장의 회장 추대를 둘러싼 인천시체육회 내부 알력다툼에 이른바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여자 실업농구팀 국일정공은 강인덕 국일정공 대표가 2002년 사비로 회사 터에 농구전용 체육관을 지은 뒤 2003년 창단했다. 국일정공은 최근 열린 제99회 전국체육대회에 인천 대표로 출전해 동메달을 따는 등 그동안 전국체전에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의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국일정공 선수 12명과 지도자 2명은 최근 실업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강 대표가 최근 ‘팀을 해체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인천시가 인천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인동 시의원의 요구로, 체육관 대여 사용료 납부현황, 체육회 지도자 인건비 등에 대한 서류 제출을 요구하자 실업팀에 대한 과도한 월권행위라며 강경 카드를 빼 든 것이다.
국일정공 농구팀은 전체 운영비 7억원 가운데 10%에 해당하는 7천여만원을 시체육회의 특수단체 보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박 시의원은 사업가에 대한 지원이 과하다는 의혹 해소를 위해 예산 집행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인덕 대표는 “지역 농구발전을 위해 막대한 사비와 회사 자금을 털어 실업팀을 운영하고 있다. 농구팀 운영 예산의 10% 수준의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해서 사유재산 영역까지 간섭하려 하는 것은 과도한 것을 넘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조금 집행 내용은 시에 제출했지만, 체육관 대여사용료 등 사유재산 영역은 제출할 이유가 없다. 11월 중 선수·코치진과 팀 해체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시의회의 요구가 지난 9월부터 불거진 인천시체육회 내홍과도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이기도 한 강 대표는 지난 9월17일 인천시체육회장으로 추대된 박남춘 인천시장을 상대로 ‘시체육회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회장 권한대행이던 상임부회장의 승인 없이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회장 선임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민선7기 취임 뒤 시체육회 안팎에서 민선6기 유정복 인천시장이 임명한 강 상임부회장에 대한 사퇴압력이 거세게 일면서 내홍이 일었다. 결국 시체육회 내부 알력싸움에 애먼 국일정공 실업농구팀만 해체 위기를 맞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인천시 관계자는 “시의회의 요구로 자료 제출을 통보한 것은 맞다”며 “팀 해체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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