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잡월드’ 비정규직 강사 등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지난 10월26일부터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장실 앞을 점거한 채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잡월드분회 제공
“직업체험을 하려는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말은 비상구의 위치와 대피요령이지만, 정작 저희가 갖고 있는 건물 출입카드로는 비상구를 열 수 없습니다. 불이 나도 정규직이 와야 비상구를 열 수 있는 겁니다.”
고용노동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잡월드’의 비정규직 강사 등 노동자들이 그동안 정규직에 견줘 차별받은 설움을 토해내며 이렇게 말했다.
3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잡월드분회(분회장 박영희) 소속 노동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지난 10월19일 파업에 들어갔다. 일주일 뒤인 10월26일부터는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장실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이는 중이다.
한국잡월드 정규직은 50여명이다. 반면, 용역·파견 등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6.7배인 338명이다. 이 가운데 직업체험실에서 학생을 교육하는 강사는 275명이다. 이들은 1~2년 단위로 고용 갱신을 해오고 있다. 몇 안 되는 정규직이 하는 업무의 양이나 질이 차이가 없지만, 늘 비정규직이라는 꼬리표로 불이익을 받아왔다고 하소연한다.
노동자들은 “잡월드 체험관의 하루 최대 방문객은 3천명에 달하지만, 이들 방문객은 집에 갈 때까지 정규직을 만날 수 없다. 한마디로 모든 일은 비정규직이 도맡아 하고 있지만, 모든 게 불평등하다”고 털어놨다. 한 노동자는 ”7년 동안 일했어도 월 160만원에 연봉 2천만원을 밑돈다. 반면, 막 들어온 정규직은 연봉이 3200만원을 넘는다”고 말했다.
이주용 노조 부분회장은 “지하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정규직 출입카드만 가능하다. 비정규직 강사의 점심시간은 50분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거의 똑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들의 점심시간은 곱절”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비정규직 강사들은 “일부 정규직은 비정규직 강사들을 유령 취급하면서 말도 섞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고도 덧붙였다. 이들이 파업하며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이유다.
강사들의 정규직화 요구에 한국잡월드는 지난 8월 ‘자회사 고용’을 결정했다. 자회사를 만들어 비정규직 고용을 승계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화가 아니라 인력파견업체와 같은 구조”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잡월드는 강경한 태도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회사 ‘한국잡월드 파트너스’에 입사서류를 내지 않으면 “정규직 전환 의사가 없다고 판단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서류 제출 기간은 11월 2일부터 8일까지다. 노조원들은 ‘전원 제출 거부’를 결의했다. 이 때문에 노조 소속 강사 160명은 11월 초 대량해고 위기에 놓였다.
한국잡월드 관계자는 노조원들의 주장에 “비상출입구는 비상상황 발생시 자동으로 열린다. 평상시 학생들이 비상출입구로 드나들어서 시스템 변경한 것이지 비정규직 차별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15차례에 걸쳐 자회사 운영과 관련 협의를 했지만, 노조는 자신들의 말만 하고 협상장을 나가 협의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국잡월드는 청소년들의 건전한 직업관 형성과 진로 및 직업 선택을 지원하기 위해 2012년 5월1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만든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김기성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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