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아래) 의원과 염동열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강원랜드 채용 비리 재판에서 최흥집(68) 전 강원랜드 사장이 자유한국당 권성동·염동열 두 의원으로부터 직접 채용 청탁을 받았다는 증언을 내놨다.
춘천지법 형사1단독 조정래 부장판사 심리로 지난 15일 열린 강원랜드 채용 비리 결심 공판에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흥집 전 사장은 “두 의원으로부터 직접 채용 부탁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최 전 사장은 이날 검찰의 피고인 신문에서 “권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비서관 채용을 부탁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권 의원의 비서관은 2013년 12월 강원랜드 수질·환경 전문가 채용에 최종 합격했다.
최 전 사장은 또 “염 의원도 강원랜드로 찾아와 커피숍에서 직접 (채용 대상자의) 명단을 줬다. 당시 염 의원에게 어렵다는 뜻을 전했지만, 염 의원은 꼭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최 전 사장이 두 의원으로부터 채용과 관련해 직접 청탁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은 처음이다. 최 전 사장은 춘천지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공소사실을 줄곧 부인해왔다. 최 전 사장의 이런 증언은 강원랜드 직원 채용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권성동·염동열 의원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7월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단장 양부남 의정부지검장)은 권성동·염동열 의원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두 사람은 2012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강원랜드 인사팀장 등에게 압력을 행사해 교육생 공개 선발 과정에서 지인 및 지지자의 자녀 등을 채용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권 의원 쪽은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 심리로 열린 첫번째 정식 재판에서 “강원랜드 1·2차 교육생 누구도 피고인에게 채용 청탁했다고 진술한 사람이 없다. 비서관도 수년간 스스로 노력해 비로소 취업에 성공한 것일 뿐이다”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염 의원도 지난 9월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 강원랜드에 채용을 청탁한 적이 없다. 이 사건은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반발했다.
한편, 최 전 사장은 이날 최후 진술에서 “당시에는 관행이었지만 경솔했다. 지금은 뉘우치고 있다. 강원도와 지역을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 사익을 추구하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2년 넘게 수사기관의 조사를 반복적으로 받았고, 이미 6개월 넘게 수감 생활을 한 만큼 선처해달라”고 덧붙였다.
최 전 사장은 2012~2013년 강원랜드 교육생 선발 과정에서 현직 국회의원과 비서관 등으로부터 채용 청탁을 받고 청탁 대상자가 합격할 수 있도록 면접점수 조작 등을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최 전 사장에게 징역 3년을, 당시 인사팀장에게는 징역 1년, 청탁 과정에 개입한 염동열 의원 보좌관에겐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1심 선고는 내년 1월8일 오후 1시50분 춘천지법에서 열린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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