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또래 학생을 집단폭행하다 숨지게 한 혐의로 남녀 중학생 4명이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옥상 폭행에 앞서 공원에서 이뤄진 집단폭행에 가담했던 여중생 2명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서 이 사건 피의자는 모두 6명으로 늘어났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23일 상해치사 및 공동공갈, 공동상해 혐의로 ㄱ군(14) 등 3명과 ㄴ양(15)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공원에서 벌어진 1차 폭행 현장에 있던 ㄴ(15)양 등 2명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상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함께 송치했다.
ㄱ군 등 4명은 지난 13일 오후 5시20분께 인천시 연수구 15층짜리 아파트 옥상에서 ㄷ(14)군을 집단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ㄷ군은 1시간 20여분 뒤인 같은 날 오후 6시40분께 이들의 폭행을 피하려다가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졌다. 이들은 ㄱ군이 한 가해 학생의 아버지 얼굴과 관련해 험담을 하고 “너희들과 노는 것보다 게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모의한 뒤 ㄷ군을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사건 당일 새벽 1시13분부터 약 2시간여 동안 피해 학생을 여러 공원으로 끌고 다니며 전자담배(14만원 상당)를 빼앗고, 폭행했다. 피해 학생이 폭행을 피해 달아나자 같은 날 오후 5시20분께 “전자담배를 돌려주겠다”며 불러내 옥상으로 끌고 간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된 피해 학생의 패딩점퍼는 사건 발생 이전인 11일 ㄱ군의 흰색 패딩과 바꿔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폐회로텔레비전(CCTV) 확인 결과, 서로 바꿔 입은 패딩을 입고 다닌 사실이 목격됐다. ㄱ군이 구속전 피의자 심문 당시 숨진 ㄷ군의 패딩을 입고 법원에 출석해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경찰 관계자는 “강제로 바꿔 입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소유관계 등을 면밀하게 확인한 뒤 범죄 혐의가 있는지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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