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비리 거물 브로커 유상봉씨의 고발대리인 백종덕 변호사는 23일 허경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과 유현철 분당경찰서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수원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 업계의 거물 브로커 유상봉(72·수감 중)씨가 경찰 간부 2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 경찰 간부 2명은 이재명 경기지사와 관련한 수사 총괄 지휘 위치에 있는 허경렬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유현철 분당경찰서장이다. 지난 6·13 지방선거 때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의 선거 캠프 대변인을 맡은 백종덕 변호사가 고발 대리인을 맡으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씨의 고발대리인 백종덕 변호사는 23일 허경렬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유현철 분당경찰서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그는 “지난 15일 속칭 함바비리 사건의 주인공인 유상봉씨에게서 고발대리인이 되어 달라는 편지 한 통을 받았다”며 “그가 건넨 진정서를 검토한 결과,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고발대리인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백 변호사는 편지를 받은 다음 날인 16일 교도소를 찾아 유씨를 접견했다.
그가 밝힌 고발 내용은 비리사건 수사 무마, 함바식당 수주대가로 이들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것이다. 유씨는 진정서에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허 청장에게 약 1억4000만원을, 유 서장에겐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약 1억2000만원을 줬다고 주장했다. 유씨가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 기간 허 청장과 유 서장은 서울경찰청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 변호사는 “진술 내용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도 있다. 일부가 반환된 내역서도 있다”며 “공정한 수사를 통해 피고발인들의 부패행위를 명백히 밝히고, 그에 상응한 처벌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2010년 이른바 함바 비리사건으로 강희락 경찰청장이 구속되는 등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당시 유씨는 “경찰이 나를 건드리면 총경 30명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2010년 이래 강희락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유력인사들에게 함바 관련 사업 수주나 민원 해결을 청탁하면서 뒷돈을 건넨 혐의로 2010년 11월 구속됐다. 이후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이 진행되던 2011년 12월 구속집행 정지·집행유예 등으로 석방됐다가 또 다른 혐의로 재수감되기를 반복했으며,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고발 내용은 사실무근이며, 심각한 명예훼손이므로 강력히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편, 백 변호사는 지난 6일 이 지사를 수사한 분당경찰서장 등 경찰 4명을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고발하려다가 민주당의 만류 요청에 고발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다. 이날 고발을 둘러싸고, 친형 강제입원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는 이 지사 쪽이 정치수사를 한다고 주장해온 경찰에 대해 반격을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백 변호사는 “이번 고발은 이 지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글·사진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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