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과 수온 등을 감지하는 센서인 위성전자표지를 부착한 남극이빨고기.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남극 깊은 바다에 서식하는 희귀어종인 남극이빨고기(메로)의 행동특성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17일 국립수산과학원의 설명을 들어보면, 연구원은 남극이빨고기의 이동 경로 및 행동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2015년 이 물고기 13마리에 위성전자표지를 부착한 뒤 방류했다. 이를 통해 분석한 결과, 남극이빨고기는 연중 수심 1000m 이상의 깊은 곳에서 서식하다가 9월에만 400m가량 얕은 수심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9월에 수심 400m로 이동한 이 물고기는 특히 낮 시간대에 일정한 패턴으로 상승하는 행동을 보였는데, 이러한 특이행동은 산란 또는 먹이 섭취와 관련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또 위성전자표지에 기록된 수온 자료 및 남극해 해양환경자료를 바탕으로 1년 동안의 남극이빨고기 이동 경로를 확인해보니, 특별한 서식지 이동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성전자표지가 발견된 곳이 당초 방류지점과 불과 4㎞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남극이빨고기의 해역 간 이동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에 속한 25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과 미국, 뉴질랜드가 위성전자표지를 활용한 남극이빨고기 이동 경로 및 행동특성 연구를 진행 중인데, 이 물고기의 시기별 행동특성을 밝혀낸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1982년 설립된 국제기구인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는 남극해 수역의 해양생물자원을 보존하고, 합리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이빨고기류와 크릴류 등을 관리하고 있다. 희귀어종인 남극이빨고기는 맛과 향이 좋고, 도코사헥사에노산(DHA)과 같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미국과 일본, 한국 등에서 인기가 많으며, 고가에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는 남극이빨고기 자원 관리를 위해 한계어획량을 정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과학원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남극이빨고기의 서식범위, 회유 경로 등 세부적인 행동특성과 연령 추정, 위 내용물 분석을 통한 먹이 조성, 생식소 분석을 통한 산란기 추정 등을 위한 연구를 지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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