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환 인천 동구청장(오른쪽)과 박병익 현대제철 인천공장장이 지난해 12월20일 동구청에서 학교발전기금 1억5천만원 기탁식을 열고 있다. 동구청 제공
기업이 맡긴 학교발전기금을 일선 학교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인천 동구청이 객관적 기준과 절차 없이 대상 학교를 선정해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동구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동구에 공장을 둔 현대제철은 사회공헌사업의 하나로 지역 내 교육환경 격차 해소를 위해 학교발전기금을 지원하기로 하고, 지난해 10월 동구에 학교 6곳을 선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동구에는 초등학교 8곳, 중학교 3곳, 고등학교 3곳 등 모두 14곳의 학교가 있다. 구는 이 가운데 초등학교 4곳, 중학교 2곳 등 6곳을 선정해 현대제철에 통보했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12월20일 이들 학교에 모두 1억5천만원의 학교발전기금을 전달했다.
문제는 동구가 뚜렷한 지원 기준과 선정 절차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불거졌다. 학부모와 교육단체는 구청이 임의로 학교발전기금 지원 학교를 선정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인천동구교육희망네트워크는 이날 성명을 내어 “공무원 인건비조차 충당하지 못할 정도의 재정상 어려움을 겪는 동구는 2015년부터 교육경비보조금 중단했다”며 “이 때문에 학교마다 어려운 교육환경 문제 해결이 가장 절실한 과제인 만큼, 지원 학교 선정에 더욱 공정하고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효진 희망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동구 관내 모든 학교 시설이 노후화돼 열악하고, 지원받은 학교 6곳 중 일부는 시설 현대화 공사가 진행되는 곳도 있어 시설이 열악한 학교를 지원했다는 구의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학교 구성원이나 운영위원 등과의 친밀도에 따라 지원이 결정된다는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를 불러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학부모들은 동구청을 찾아가 우선 지원한 학교를 선정한 기준과 근거를 제시하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허 구청장의 공식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동구는 “시설이 열악한 곳을 우선 선정했다”는 말만 반복할 뿐 시설 노후 정도 등 객관적 판단 기준은 제시하지 못했다. 또 학교발전기금과 관련해 학교 등을 대상으로 의견도 수렴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구 관계자는 “향후 현대제철과 협의해 지원을 받지 못한 학교에 학교발전기금이 골고루 지원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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