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중부권의장협의회 베트남 국외 연수 주요 일정표. 일정 대부분이 문화 탐방 및 관람으로 채워져 있다.
경북 예천군의회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이 국외연수에서 가이드를 폭행하고 여성접대부를 요구해 물의를 일으키면서 외유성 국외연수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기도 중부권의장협의회이 외유성 국외연수를 떠나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 중부권의장협의회는 9일 오전 항공편으로 3박4일 일정의 베트남 공무국외연수를 떠났다. 2004년 설립된 중부권의장협의회는 의왕·광명·부천·안산·안양·시흥·군포·김포·과천 9개 시의회 의장단으로 꾸려진 협의체로, 의회 간 정보교류 등을 위해 두달마다 열린다.
‘의회 간 정보 및 지역 현안 공유의 장 마련’을 이유로 이들이 떠난 이번 국외연수에는 부천시의회 의장과 군포시의회 의장을 뺀 7곳의 의장과 수행원 등 모두 16명이 참여했다. 이견행 군포시의회 의장은 예천군의회의 국외 출장이 논란이 되자 고심끝에 출발 전날 불참을 통보했다. 협의회장인 김동규 안산시의회 의장을 포함한 의장단과 협의회 간사·실무자 등 10명의 연수 경비는 1인당 200만원씩 2천만원으로, 이는 협의회 회비로 충당했다. 회비는 각 시의회 예산으로 납부한 것이다. 수행원 경비 1인당 110만원도 각 시의회가 자체 부담했다.
이번 연수 공식 일정은 첫날인 9일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의 시의회와 인근 서호지역의 구의회를 방문해 1시간가량씩 간담회를 열고, 한인 제조업체 방문 일정이 사실상 전부다. 나머지 일정은 유명 관광지인 하롱베이와 하노이 문화유적지 탐방 일정으로 채워졌다. 마지막 날에는 공자의 위패를 모시기 위해 1070년에 세워진 문묘를 둘러본 뒤 귀국하는 일정이다.
최근 국회와 지방의회 일부 의원들이 외유성 국외연수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외유성 국외연수을 떠나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예천군의회 의원들이 물의를 빚기 앞서 지난달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 중요 법안 처리를 앞두고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외유성 연수을 떠났다가 비난 여론이 일자 조기 귀국하기도 했다.
고선영 안산경실련 사무국장은 “국외연수 일정이 목적에 맞게 짜여져야 한다”며 “중부권의장협의회 회비를 시민의 혈세로 납부하고 있다. 혈세가 제대로 쓰이도록 심의 절차를 까다롭게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목적이 불분명한 ‘외유성 연수’란 논란에 대해 김동규 중부권의장협의회장은 “이번 국외 연수을 준비하면서 베트남 지방정부와 수차례 공문을 주고 받는 등 형식과 절차를 갖춰 교류를 해왔다”며 “이를 단순 외유성으로 치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연수 성과는 따로 보고서로 만들어 기록으로 남길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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