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구청 직원의 장례식 다음날 단체 회식을 하고 여성 직원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구청장은 남녀 직원들에게 격려 차원에서 껴안고 볼에 고마움을 표현했으나 성추행이나 성희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21일 인천 서구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구청장은 지난 11일 구청 기획예산실 직원 30여명과 회식을 했다. 서구청 소속 한 직원이 구청 공영주차장 타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장례식을 치른 다음날이었다. 이들은 이날 저녁을 먹은 뒤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겨 회식을 이어갔다.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 구청장이 회식 자리에서 여성 직원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고 춤을 함께 출 것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성희롱을 당한 여성 직원이 항의하자 간부 직원들이 이를 무마하기 위해 회유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구청장은 20일 이와 관련한 입장문을 내어 “민선 7기 정책의 핵심 역할을 하는 기획예산실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시간이었고 지난해부터 수차례 연기되다 일정상 어렵게 마련한 자리였다”고 밝혔다. 이어 “직원의 장례식 다음날 회식을 하고 노래방을 간 것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으며 서구 행정의 책임자로서 통렬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그는 여성 직원에 대한 성희롱은 사실무근이라며 허위 사실을 유포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구청장은 “공개된 장소에서 30여명의 직원이 모두 함께 식사했고 식당에서 여직원에게 뽀뽀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노래방에서 남녀 모든 직원의 등을 두드려주며 포옹을 했고 그 과정에서 특히 고생이 많았던 몇몇 남녀 직원들 볼에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 밖의 신체적 접촉은 사실이 아니며 있지도 않은 일을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한다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해명했다.
자유한국당 인천시당은 같은 날 성명을 내어 ”입장문 내용을 보면 셀프 면죄부를 주는 몰염치한 행각을 벌였다. 이 구청장이 지위를 이용해 직원들의 입막음과 회유 시도는 없었는지 등 정확한 진상 파악이 필요하다”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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