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자리에서 여직원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에 대해 경찰이 내사를 할지 검토하고 있다. 구의회 자유한국당 차원에서도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꾸려 성추행 의혹 조사를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혀 파문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이 구청장과 관련한 의혹을 파악하고 내사 착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현재까지 피해 여성이나 주변인으로부터 고소나 고발은 없지만, 구체적인 피해 내용이 확인되면 내사에 착수하겠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성폭력 범죄는 2013년 친고죄가 폐지됐기 때문에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더라도 수사할 수 있다. 피해와 관련한 구체적인 단서가 드러나면 곧바로 내사나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구청장은 지난 11일 인천 서구의 한 식당과 노래방에서 구청 기획예산실 직원들을 격려하는 회식을 하던 중 여직원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고 함께 춤을 출 것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구의회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런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회식 당일은 공영주차장 타워에서 구청 소속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해 장례식을 치른 다음날이어서 더욱 비난이 일고 있다.
이 구청장은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20일 이와 관련한 입장문을 내어 “직원의 장례식 다음날 회식을 하고 노래방을 간 것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으며 서구 행정의 책임자로서 통렬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여성 직원에 대한 성희롱은 사실무근이라며 허위 사실을 유포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 구청장은 “공개된 장소에서 30여명의 직원이 모두 함께 식사했고 식당에서 여직원에게 뽀뽀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노래방에서 남녀 모든 직원의 등을 두드려주며 포옹을 했고 그 과정에서 특히 고생이 많았던 몇몇 남녀 직원들 볼에 고마움을 표현(뽀뽀)했다. 그 밖의 신체적 접촉은 사실이 아니며 있지도 않은 일을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한다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구청장의 이런 해명에 자유한국당 인천시당은 같은 날 성명을 내어 ”입장문 내용을 보면 셀프 면죄부를 주는 몰염치한 행각을 벌였다. 이 구청장이 지위를 이용해 직원들의 입막음과 회유 시도는 없었는지 등 정확한 진상 파악이 필요하다”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인천지역시민단체인 인천평화복지연대도 21일 성명을 내어 “사법당국이 진실을 규명하라”고 요구했다.
구의회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6명은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꾸려 성추행 의혹을 조사할 예정이다. 자유한국당 김미연 구의원은 “위계 관계에 있는 단체장이 직원을 상대로 한 신체 접촉 행위 자체가 부적절했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도 21일 이해찬 대표의 지시로 이 구청장에 대한 당 윤리심판원 조사에 착수했다.
한편, 이 구청장은 대만의 도시재생사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2박3일 일정으로 20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할 계획이었으나 논란이 불거지자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이 구청장은 21일 외부와 연락을 끊고 긴급 대책 회의를 연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된 기획예산실 직원들도 외부 접촉을 꺼렸다. 이 부서 한 여직원은 “성적 수치심을 줬거나 하면, 당일이나 다음날 문제가 불거졌을 것”이라며 “아무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에서 논란이 일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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