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균형발전 도움될 것” vs “환경파괴·예산낭비 부추겨”
“인구와 경제성 강조해 지방 불리한 현재 제도는 개선해야”
“인구와 경제성 강조해 지방 불리한 현재 제도는 개선해야”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사업 선정 결과 발표를 앞두고 전문가들 의견은 “지역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환영론과 “환경파괴·예산낭비만 부추길 것”이라는 비판론으로 확연히 갈렸다. 다만 경제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인구가 적은 지방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현행 예타 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민원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같은 기준으로 예타를 하는 것은 비수도권에 대한 폭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재 기준으로 예타를 하면 지방 사업은 채택되지 않기 때문에, 일부 사업에 대해선 예타 면제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두영 충북경제사회연구원장도 “인구 규모가 결정적 변수가 되는 잘못된 예타 제도가 국토개발의 수도권 집중을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지역 불균형은 토목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가 아니라 혁신도시 확대를 통해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세종시와 혁신도시를 건설했지만 수도권 과밀 집중이 해소된 것이 있느냐. 필요하다면 예타를 더 많이 면제하는 등 지역의 특수성을 한층 더 포괄적으로 인정해야 지역 불균형이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사업타당성을 철저히 검증하지 않으면 예타 면제가 막대한 재정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당장 경제성이 나오지 않더라도 서해 남북평화도로처럼 교통 소외 지역의 불편 해소와 남북 관계 개선 등 긴 안목을 갖고 예타를 면제할 사업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지역별로 1~2개씩 나눠먹기식으로 예타를 면제하면 낭패를 본다. ‘지역 안배’가 아니라 ‘꼭 필요한 사업인지’를 봐야 한다. 예타 면제가 불가피하다면 면제 기준을 강화하고, 철저한 검증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준호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도 “사업성 없는 사업에 민간사업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재정지원 확대, 요금 증가 등 특혜를 줄 수밖에 없다. 지역 균형 발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예타 면제는 토건재벌 건설사들에 막대한 혈세를 퍼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4대강 사업에서 보았듯 무분별한 토건사업은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선별적 예타 면제에 대한 찬반과 무관하게, 전문가들은 현행 예타 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광진 대전경실련 기획위원장은 “현재의 예타 제도는 그 자체에 많은 문제가 있다. 따라서 제도 개선 없이 예타 면제 사업을 정하는 것은 국가 균형 발전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라고 해도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민원 전 위원장도 “근본적으로 상황을 개선하려면 예타 기준에 ‘균형발전’ 가치가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게 기준 변경 등 제도 변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비타당성조사는 대형 신규 공공투자사업의 정책적 의의와 경제성 등 타당성을 검증해 사업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로 1999년 도입됐다. 예타 대상은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 재정지원 규모 300억원 이상인 사업이지만, 지역 균형 발전이나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예타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최상원 오윤주 김일우 이정하 박수혁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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