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봉 전주지검 군산지청장이 11일 군산지청에서 고교 여자 유도선수에 대한 성폭력 사건의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검찰이 전직 유도선수 신유용(24)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전 유도코치 ㄱ(35)씨를 구속기소했다.
이선봉 전주지검 군사지청장은 11일 이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신씨를 성폭행하고 강제추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ㄱ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조사 결과, ㄱ씨는 2011년 8∼9월 전북 고창군 한 고등학교에 있는 자신의 유도부 코치실에서 당시 고교 1년생인 신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폭행에 앞선 같은해 7월 ㄱ씨는 입맞춤을 하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도 사고 있다. ㄱ씨는 검찰에서 “한 차례 강제추행한 것은 맞지만, 이후는 서로가 교제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자연스러운 성관계”라고 진술했다. 법원은 지난 4일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ㄱ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신씨는 전북 고창 영선고 재학 중이던 2011년부터 2015년까지 ㄱ 씨에게 20여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날 기소된 1건을 뺀 나머지 사건은 공소장에 적시하지 않았다. 이 지청장은 “나머지 사건들은 피의자가 완고하게 부인하고 자료가 불명확해 단정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재판을 하게 되면 말다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자 신씨가 변호사와 상의해 1건만 처리하자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13일 <한겨레>와 만나 유도선수 시절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힌 신유용씨가 조재범 전 국가대표 쇼트트랙 코치의 성폭력 사건이 드러난 뒤인 1월9일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기자회견 관련 기사를 보여주고 있다. 신씨는 “피해자가 엄청난 용기를 내지 않으면 내부의 문제를 알 수 없는 체육계의 폐쇄적 구조 때문”이라는 정부의 답변에 밑줄을 그은 사진을 내밀었다. 지금껏 피해자의 용기 없이 문제를 알 수 없었다는 이 답변에 대해 신씨는 “무책임한 말”이라고 지적했다. 이정규 기자
이에 대해 신씨를 대리하는 이은의 변호사는 “검찰이 기소 범위를 축소한 것은 피해자의 주장이 사실과 달라서가 아니다. 현재 한국에서 법의 적용이 갖는 한계와 문제점을 잘 알기에, 함께 의논해서 범죄로서 성립이 분명한 것들로 집중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이미 피해가 너무 막대한 상황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이란 미명하에 피해자가 더욱 상처받지 않게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며 “가해자가 주장하는 모순을 밝혀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박임근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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