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주식 부자'로 알려진 이희진(33)씨의 부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김아무개(34)씨가 2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경기도 안양동안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청담동 주식 부자'로 알려진 이희진(33)씨의 부모를 살해하고 주검을 유기한 혐의(강도살인 및 사체유기 등)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김아무개(34)씨가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김씨는 이씨 부모를 살해한 것은 자신이 아닌 달아난 중국 동포들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도 안양동안경찰서는 지난 19일 조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고 20일 밝혔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씨 부모 집에 침입해 피해자들을 제압하려는데 피해자들의 저항이 심했고 그때 갑자기 옆에 있던 공범 중 한명이 남성(이씨의 아버지)에게 둔기를 휘두르고 여성(이씨의 어머니)의 목을 졸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며 나는 죽이지 않았다”고도 했다.
또 피해자들에게서 빼앗은 5억원 중 공범들이 가져간 돈도 자신이 고용한 대가로 지급한 형식이 아닌 공범들이 앞다퉈 돈 가방에서 멋대로 돈을 가져갔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김씨의 주장은 범행을 계획한 것은 자신이지만, 범행 실행 과정에서는 공범들이 주도했다는 식으로 진술한 셈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는 2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경기도 안양동안경찰서를 나오면서도 취재진에게 "제가 안 죽였습니다. 억울합니다"라고 항변했다. 김씨는 자신의 살인 혐의를 부인한 뒤 진술을 거부하는 등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김씨가 공범들이 달아난 점을 이용해 공범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하는 것일 수 있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지난 19일 오후 범행 직후 공범들이 현장을 빠져나간 뒤 김씨가 ‘뒷수습’을 위해 불러 현장에 왔었던 한국인 2명에 대한 조사도 진행했다. 이들은 김씨의 친구의 지인으로 당시 김씨는 친구에게 "싸움이 났는데 중재해달라"며 도움을 요청했고 사정이 여의치 않아 현장에 갈 수 없었던 김씨의 친구가 자신의 지인들에게 대신 가달라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김씨와는 일면식도 없던 2명이 현장에 갔고 이들은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보고선 단순한 싸움 중재가 아니라고 판단해, 김씨에게 신고를 권유하고 현장에서 빠져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중국 동포 3명을 고용해 지난달 25일 오후 안양시 소재 이씨 부모의 아파트에서 이씨의 아버지(62)와 어머니(58)를 살해하고, 5억원이 든 돈 가방을 강탈한 혐의(강도살인)를 받고 있다. 그는 두 사람의 주검을 각각 냉장고와 장롱에 유기하고, 범행 이튿날 오전 이삿짐센터를 통해 이씨 아버지의 주검이 냉장고를 평택의 창고로 옮긴 혐의도 받는다. 김씨의 구속 여부는 20일 오후 결정될 예정이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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