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직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한강 밤섬에서 조류 산란기를 맞아 민물가마우지 등이 겨울 동안 남긴 배설물을 고압 살수기로 씻어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서울 한강 밤섬에서 대청소가 벌어진다. 겨울을 보낸 한강이 조류 산란기를 맞아 생태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세계 물의 날’인 22일 오전 10시부터 밤섬 한강공원 봄맞이 대청소를 벌인다고 이날 밝혔다. 한강사업본부는 지난 4일부터 오는 31일까지를 봄맞이 특별 환경정비 기간으로 정해 공원시설을 청소하는 중이다. 밤섬 내 생태계 교란어종인 붉은귀거북, 배스, 블루길을 제거하고 가시박이나 환삼덩굴 등 위해식물도 없애 새들에게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하기 위한 활동을 벌인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직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한강 밤섬에서 강물에 떠내려온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특히 밤섬 주변 호안가를 집중 청소한다. 최근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난 민물가마우지는 밤섬 호안가 버드나무에서 겨울을 보낸 뒤 나뭇가지에 배설물을 남기는데, 물청소를 통해 이 배설물을 씻어내는 작업을 한다. 밤섬의 주요 식물군인 버드나무가 새싹을 무사히 틔울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민물가마우지는 겨울을 보내며 주식인 물고기를 사냥한 뒤, 밤섬 주변 호안가 버드나무에서 깃털을 말리며 월동한다. 이 때문에 버드나무엔 겨우내 가마우지 배설물이 쌓여 버드나무가 새싹을 틔우는데 지장을 준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밤섬의 민물가마우지는 2010년 430마리에서 지난해 1240마리로 늘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직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한강 밤섬에서 조류산란기를 맞아 민물가마우지 등이 겨울 동안 남긴 배설물을 고압 살수기로 씻어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과 마포구 당인동 사이에 위치한 밤섬(27만9281㎡)은 도심 속에 있지만, 철새 도래지로 동식물이 서식하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 밤섬은 1999년 서울시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됐고, 2012년 6월엔 람사르 습지로도 지정됐다. 현재 밤섬엔 조류 42종 4273마리, 식물 48과 184종, 육상곤충 75종, 저서무척추동물 27종 등이 서식하고 있다. 멸종위기 1급 흰꼬리수리, 멸종위기 2급 새매와 참매, 천연기념물 흰꼬리수리 등도 있다.
밤섬은 마포 와우산에서 바라본 모습이 밤알을 닮았다고 해 ‘밤섬’이라 이름 붙여졌다. 과거 이곳에서는 시민이 거주하며 고기잡이도 했으나 1968년 여의도 개발을 위해 섬을 폭파하고, 이곳 흙을 여의도로 퍼날랐다. 이후 10여개의 작은 섬으로 남았다가 한강에서 내려오는 토사가 쌓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푸른 버드나무 그늘이 좋고 강물이 섬을 감싸면서 아름다운 경치를 갖고 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