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해양박물관이 2017년 원양어업 60주년을 기념한 ’먼 바다, 만선의 꿈’ 전시 당시 홍보 책자 갈무리.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1957년 6월29일 다랑어를 잡는 시험 조업선인 지남호(350t 규모)가 부산항을 출항했다. 우리나라에선 다랑어보다는 흔히 ‘참치’로 불린다. 지남호는 우리나라 첫 원양어선으로, 미국에서 건조한 선박이었다. 출항 48일째인 8월15일 광복절에 90㎏짜리 청새치 1마리를 잡았다. 당시 거대한 새치를 처음 접한 선원들은 이를 참치로 착각했다고 한다. 출항 108일 만에 지남호는 귀항했고, 이 청새치는 이승만 당시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이승만 대통령이 경무대에서 이 청새치 앞에서 기념 촬영한 사진이 대통령기록물로 남아 있다. 이때부터 원양어업을 통한 참치잡이가 본격화됐다.
다랑어는 수산물 수출 효자 어종이었으나 남획에 따른 자원 고갈로 1990년대부터 대양별 어획 쿼터(할당량)제가 도입되면서 어획생산량이 급감했다. 자원 고갈을 예단한 일본은 일찌감치 1970년대부터 다랑어류 중 가장 몸값이 비싼 참다랑어 양식을 시작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멕시코 등 세계 각국도 1990년대부터 어린 참다랑어를 포획해 양식에 도전했다. 2015년 기준 세계 참다랑어 양식 생산량은 3만6836t에 달했다. 이 중 40%(1만4700t)가량을 일본이, 오스트레일리아(8418t)와 멕시코(7854t), 몰타(3164t) 등이 뒤를 이었다. 일본을 뺀 모든 나라가 어린 참다랑어를 포획해 성어로 기르는 축양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국립해양박물관이 2017년 6월 개최한 ’원양어업 60주년’ 기념 전시회에서 유치원생들이 관람하고 있다.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참치의 나라’ 일본은 1979년에 이미 자연산 참다랑어 새끼를 길러 어미로 키워 수정란을 얻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렇게 길러낸 어미로부터 다시 수정란을 얻는 ‘완전양식’까지는 23년이 더 걸려 2002년에서야 성과를 냈다. 현재까지 완전양식에 성공한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2006년부터 참다랑어 양식연구를 시작한 우리나라는 2015년 세계 두 번째로 포획한 새끼를 어미로 키워 수정·부화하는 데까진 성공했지만, 어미로 성장하는 단계까지는 아직 기술력이 미치지 못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15년 거문도에서 양식 중이던 어미 참다랑어가 산란한 수정란으로 종자를 생산하고, 부화 뒤 1년 정도 양식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상품화가 가능한 5년생(50∼60㎏)까지 키우는 데는 실패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현재 국내 참다랑어 양식은 모두 일본에서 참다랑어 새끼를 수입해 기르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참다랑어 양식을 시작한 경남 통영 욕지도 홍진영어조합법인이 우연히 정치망에 걸린 새끼 참다랑어 11마리를 축양 방식으로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경남 통영 욕지도 2곳, 제주도 1곳에 참다랑어 양식장이 있으며, 지난해 시범적으로 출하했다. 올해부터 본격 출하를 앞두고 있다. 양식 참다랑어가 우리 식탁에 오르는 것은 첫 참치잡이에 나선 뒤 62년 만이자, 양식기술 연구에 뛰어든 지 13년 만이다.
참다랑어 양식기술 개발과 연구를 수행하는 한국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의 지승철 박사는 “양식용 종자의 안정적인 보급을 위해 단기적으로 양식용 종자 포획 및 수송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2025년 목표로 인공종자 대량 생산기술 및 보급기술 개발도 동시에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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