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희생자 유족회원 등이 27일 충북 보은군 아곡리에서 영결식을 한 뒤 이곳에서 발굴한 유해를 옮기고 있다. 충북도 제공
한국전쟁 초기 충북 보은군 아곡리에서 숨진 민간 희생자들이 70년만에 영면했다.
충북도와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 등은 27일 오전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아치실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 현장에서 영결식을 한 뒤 유해 40여구를 세종시 추모의 집에 안치했다.
앞서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공동 조사단(단장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은 지난 8일부터 보은 내북면 아곡리 아치실 골짜기 등에서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을 진행했다. 박 단장 등은 이곳에서 유해 40여구를 발굴했다. 또한 안경, 허리띠, 도장 등 희생자들의 것으로 보이는 유품 130여점을 찾아냈다.
이곳은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7월12일께 청주지역 국민보도연맹원 150여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박정순(28) 중앙초 교사 등은 “속리산 구경을 시켜준다”는 군·경의 말을 듣고 청주경찰서 무덕전으로 소집됐다가 아곡리 아치실 골짜기로 끌려가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 청주·청원 보도연맹유족회, 충북역사문화연대 등은 주민 증언 등을 통해 이곳에서 청주지역 보도연맹원들이 집단 학살된 것을 확인하고, 2014년 6월 유해 시굴 조사를 벌였다. 이들은 충북도 등에 유해 발굴을 요구했고, 5년 만에 공식 유해 발굴이 이뤄졌다.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공동 조사단이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에서 민간인 희생자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충북역사문화연대 제공
박만순 충북역사문화연대 대표는 “희생된 지 70년이 지났다. 국가가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전쟁 앞뒤로 억울하게 희생된 민간인 유해 발굴이 추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보은 아곡리 유해 발굴·안치에 이어 추가 유해 발굴이 이뤄질 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진실화해위원회는 아곡리와 함께 △옥천 군서면 △단양 곡계굴 △영동 고자리 △청주 분터·지경골 △청주 가덕면 등을 충북지역 민간인 희생자 우선 발굴 대상으로 꼽았다. 박 대표는 “이들 우선 발굴 대상지 말고도 유해 발굴에 나서야 할 곳이 수두룩하다. 청주 형무소에서 희생자 100여명이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청주 낭성 도장골 등의 유해 발굴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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