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을 통해 난민신청 사건을 수임하고, 스토리 메이커 통해 난민 사유 만들어 허위로 난민신청 대행한 변호사 일당 범행 흐름도. 인천지검 제공
불법으로 체류와 취업을 하려는 외국인을 상대로 허위 난민신청을 대행해 준 브로커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이른바 ‘스토리 메이커’를 통해 거짓 난민 사연을 만들어 주고 수억원을 챙긴 변호사 등도 포함됐다.
인천지검 외사부(부장 김도형)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변호사 ㄱ(53)씨 등 13명을 구속 기소하고 행정사 ㄴ(54)씨 등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ㄱ씨는 2016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허위 증명서를 만들어 태국인과 필리핀인 등 외국인 180여명의 가짜 난민 난민신청을 대행해 주고 총 2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ㄱ씨는 사무장 2명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가짜 난민을 모집해 오면 스토리 메이커를 통해 난민신청 사유를 허위로 만들었다. ‘무장 이슬람 단체나 반군 단체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거나 ‘기독교를 믿는데 불교 옹호론자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식의 사유를 만들어냈다. 허위 난민을 신청한 외국인은 실제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통상 3~5년 걸리는 심사 기간에 국내에서 체류하며 취업해 돈을 벌 목적으로 ㄱ씨에게 300만~400만원의 금액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ㄱ씨는 외국인을 모집한 사무장들에게 소개비 명목의 수수료로 수임료의 30~50%를 지급했으며, 사무장 1명당 1억원씩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구속된 ㄴ씨 등 행정사 2명도 몽골인, 베트남인과 짜고 외국인 100여명의 허위 난민신청을 대행했다. 이들은 정치, 종교 등 유형에 따른 난민 사유 양식을 컴퓨터에 저장해 두고 난민 신청자별로 인적사항만 바꿔 대행 업무를 했다.
적발된 브로커 중에는 카자흐스탄 여성들을 국내로 입국시킨 뒤 허위로 난민신청을 하게 하고 성매매를 하는 유흥업소에 취업시킨 일당도 있었다. 구속된 총책 ㄷ(45)씨 등 9명은 2017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카자흐스탄 여성들을 무비자로 국내에 입국하게 한 뒤 허위 난민신청을 통해 장기간 국내에 체류하며 유흥업소에서 일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자금관리책, 통역인, 항공 티켓 담당, 픽업 담당 등으로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검찰은 인천공항·인천 출입국외국인청과 함께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6개월간 4000명의 난민신청 서류를 분석하고 범죄 정보를 공유하는 등 공조 수사를 벌였다. 4000명 가운데 검찰이 확인한 가짜 난민은 600여명이었다. 검찰은 이번 수사로 확인된 허위 난민 신청인 명단을 출입국청에 통보할 예정이며 출입국청은 이들을 강제 퇴거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난민 보호 규정이 장기간 국내에 불법으로 체류하며 돈벌이를 하려는 외국인과 브로커들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며 “난민 불인정 결정·행정심판·행정소송 등을 거치는 현재 난민 지위 결정 과정이 보다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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