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의 도로공사 감리를 위탁받은 민간 감리업체 간부들이 시공 편의를 빌미로 시공업체로부터 상습적으로 뇌물을 뜯어내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수뢰 혐의로 이천시 소재 ㄱ감리업체 단장 정아무개(44)씨를 구속 송치하고, 같은 혐의로 부단장 정아무개(46)씨를 불구속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또한 이들의 요구에 못 이겨 뇌물을 제공한 시공업체 대표 전아무개(66)씨 등 4명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함께 송치했다.
정씨 등은 이천시의 위탁을 받아 시가 발주한 도로공사의 감리 업무를 맡던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시공업체 4곳의 관계자들을 상대로 공사 편의를 제공해 주겠다며 29차례에 걸쳐 13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요구해, 11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시공업체가 지방정부에 주기적으로 보고하게끔 돼 있는 ‘실정보고’ 서류를 받은 뒤 고의로 제출을 미루면서 “5000만원 이상의 설계변경은 50만원, 1억원 이상은 100만원을 내면 승인해주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현장 감리에 대한 유류비나 명절 선물 명목으로 현금을 뜯어내고, 시공업체 사무실을 6개월 동안 감리단 사무실로 무상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씨 등 시공업체 대표들은 “돈을 주지 않으면, 공사 진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줬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관급공사의 품질과 안전을 확보해야 할 의무가 있는 감리단이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사용해 공사업체로부터 금품을 뜯어냈다”며 “대형 안전사고와 직결될 수도 있는 각종 건설 비리에 대해 지속해서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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