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통공사 노동조합은 30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승무노동자 목숨 앗아가는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조직 재진단을 실시하라”고 인천시에 촉구했다.
인천도시철도를 운영하는 인천교통공사 소속 승무노동자 최아무개(54·기관사)씨가 지난 27일 근무 중 숨졌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점심 시간에 휴식을 취하려고 휴게실로 들어간 뒤 그는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그는 10여년 전 운전대를 내려놓은 뒤 공사 소속 기관사 30여명의 업무 일정을 관리하는 담당자였다. 숨진 날, 그는 근무지인 예술회관역 사무실이 아닌 귤현차량기지사업소에서 근무했다. 인력이 부족해 두 곳의 업무를 함께 맡고 있었다.
정현목 인천교통공사노동조합 위원장은 “고인은 이날 출근 때부터 심한 가슴 통증을 자각했지만, 조직 슬림화에 따른 인력 부족 탓에 병원 치료를 받으러 갈 수 없었다”며 “지난 1월과 4월에도 40대 초·중반의 노동자가 각각 암과 패혈증으로 숨졌다.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각박한 현실이 노동자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의 설명에 따르면, 인천의 도시철도 운영 인력은 1㎞당 24명으로 전국 최저 수준이다. 서울은 57.7명, 광주는 43.6명, 부산은 33.5명이다. 노조는 지난해 3월 인천시의 조직 진단 때 필수 인력 380명 충원을 요청했지만, 20명만 충원됐다. 특히 인천교통공사의 기관사 예비율은 3.3%에 불과한데, 서울교통공사의 예비율은 기관사만 타는 노선은 13%, 기관사와 차장이 함께 타는 노선은 7%다.
김영표(기관사) 노조 기지지부장은 “2016년 1월 한 기관사가 협심증으로 긴급 구조를 요청했는데, 대체 기관사가 없어 다음역까지 운행하도록 했다. 기관사에게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승객의 안전도 위협받는데, 대체 인력이 없어 위험한 운행을 방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로 탑승 업무에서 빼달라는 기관사들의 ‘전직’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노조는 30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적정 인력 충원을 위한 ‘조직 재진단’을 인천시에 요구했다. 노조는 “잦은 무분별한 구조 조정으로 기관사들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와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228명 신규 인력 충원을 인천시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인천시의 조직 진단 결과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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