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쓰러져 있다 구급차로 실려 온 60대를 엄동설한에 병원 밖으로 내몰아 숨지게 한 혐의로 인천시의료원 의료진 등이 경찰에 무더기로 입건됐다. 경찰은 시립의료원이 지난 1년 동안 노숙자 등 무연고자에 대한 진료 차트 수백건을 작성하지 않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유기치사 혐의로 인천의료원 의사 2명, 간호사 2명, 경비원 2명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이들은 올해 1월20일 119구급대를 통해 이송된 주취자 ㄱ(62)씨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ㄱ(62)씨는 사고 당일 오후 5시께 인천 동구의 한 길에서 술에 취해 쓰러진 채 잠들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차에 실려 인천시의료원으로 이송됐다. 시립의료원 쪽은 1시간여 뒤 ㄱ씨가 잠에서 깨자 휠체어에 태운 뒤 병원 밖 공원으로 그를 옮겨 놓았다. ㄱ씨는 결국 다음 날 아침 6시30분께 공원 벤치에서 저체온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의료진은 경찰에서 “의학적 판단에 따른 것일 뿐이다. ㄱ씨가 집으로 가겠다고 해서 밖으로 안내해준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그러나 한겨울에 60대 노인을 야외 공원으로 내몰고 방치한 행위가 ㄱ씨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의료진과 경비원 등을 입건했다. 의료원 쪽은 이 남성에 대한 진료 차트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112와 119에서 시립의료원으로 이송한 무연고자에 대한 진료의뢰 961건을 분석한 결과, 383건의 진료 차트가 작성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병원 관계자 9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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