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9호선 석촌역 승강장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우대용 교통카드’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65살 이상의 어르신과 장애인, 유공자가 신분증, 복지카드를 지참해 주민센터, 보훈청을 방문하면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카드로 지하철 무료 이용이 가능한데 문제는 우대받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사용해 지하철 적자가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서울시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부정 이용자를 단속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시청을 취재하는 전국2팀 채윤태입니다. 최근 서울시가 우대용 교통카드 부정 이용자를 잡아내기 위해 64살 이하 사람들의 이동 패턴과 65살 이상의 이동 패턴을 분석했습니다. 일반 교통카드 이용자의 약 40%가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반면, 경로 우대용 교통카드 이용은 낮 시간대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정보를 기반으로 일반 교통카드 이용 패턴을 보이는 우대용 교통카드 이용자를 기획 단속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서울시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는 것은 부정 이용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2017년 한해 적발된 건수만 2만30건, 금액으로 8억7천만원에 이릅니다. 2014년 1만2349건, 2015년 1만5173건, 2016년 1만8250건 등 부정 이용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시가 지난해 3월4~10일 100살 이상 어르신의 우대용 교통카드 사용 내역을 서울교통공사와 폐회로티브이(CCTV)를 통해 확인해보니, 10명 가운데 9명이 본인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부정 이용자 단속이 필요하지만, 출퇴근 시간에 이용한다는 이유로 단속 대상이 되면 억울하지 않을까요? 최근 65살 이상의 취업이 늘어 고용률이 34.4%(2019년 5월 고용동향)에 이르는데 말입니다. 확인해보니 우대용 카드를 이용해 출퇴근을 한다고 모두 단속되는 것이 아닙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폐회로티브이로 우선 확인을 해서 ‘명백히’ 64살 이하로 보이는 경우만 단속할 예정”이라며 “의심이 된다고 다짜고짜 신분증을 요구하거나, 단속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서울시는 부정 이용자를 적발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지하철 개찰구에서 어르신 우대용 카드를 이용하면 ‘빨간 등’이, 장애인·유공자 우대용 카드를 이용하면 ‘노란 등’이 켜지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지하철 운영사 직원이 이들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알아챈다고 해도 65살 이상인지, 유공자인지, 장애인인지 따져볼 수도 없고요.
일각에서는 청소년 카드처럼 사용할 때 “경로우대 카드입니다”라고 안내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서울시는 2008년 말 이 시스템을 도입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곧바로 어르신, 장애인, 유공자들에게 ‘낙인’을 찍고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그래서 결국 2009년 초 서울시는 음성을 없애고 ‘삑’ 소리의 횟수로만 일반용과 우대용을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시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고 단속을 촘촘히 한다 해도 부정 이용자를 100% 잡아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단속이 엄격해질수록 진짜 우대를 받아야 할 우대용 카드 이용자들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고요. 이 제도는 나이가 많거나 몸이 불편하고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우리 사회가 우대하고자 마련한 것입니다. ‘어차피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대신 타는 건데…’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다른 사람의 우대용 카드를 이용해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다 보면, 정작 우대가 필요한 우리 가족, 친구, 이웃이 우대를 받지 못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채윤태 전국2팀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