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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앉혀놓고 재판 해야지”…광주 법정 방청객들 거센 항의

등록 2019-12-16 20:56수정 2019-12-17 02:44

헬기조종사 증언보다 불출석 쟁점
전씨 변호인 “검찰이 불출석 제안”

검찰 “그런 제안할 이유 없어” 반박
백담사, 30년 보존 전씨 물건 치워
16일 오후 광주시 동구 광주지법 앞에서 전두환씨의 사자명예훼손 재판 불출석과 관련해 취재진이 5·18기념재단 조진태 상임이사를 인터뷰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16일 오후 광주시 동구 광주지법 앞에서 전두환씨의 사자명예훼손 재판 불출석과 관련해 취재진이 5·18기념재단 조진태 상임이사를 인터뷰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이게 뭡니까. 전두환을 불러 앉혀놓고 재판을 해야지.”

16일 오후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8) 전 대통령의 재판을 지켜보던 방청객 5~6명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법정 경위들한테 제지를 당하면서도 “기억이 안 난다는데 광주에서 의사라도 보내 검진하자”고 거세게 항의했다. 또 재판장을 향해 “피해자만 법정을 오가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광주지법 형사8단독 장동혁 판사가 진행한 공판에선 당시 헬기 조종사의 증언보다 전씨의 불출석이 더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씨의 골프 회동과 호화 오찬이 알려지면서 국민의 시선이 싸늘해졌기 때문이다. 검찰 쪽과 변호인은 법정 안팎에서 공방을 이어갔다.

전씨 변호인 정주교 변호사가 공판 직전 선공에 나섰다. 정 변호사는 “검찰에서 먼저 불출석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지난해 5월24일 재판부에 낸 의견서를 내보였다. 그는 “애초 전씨 주소지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이송 신청을 했다. 당시 검찰은 사건이 경미해 전씨가 출석하지 않고도 재판을 할 수 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불출석이 법적 절차에 위반되지 않았다. 재판부에서 출석을 요구하면 당연히 따르겠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이 사건을 경미하다고 판단하거나 불출석 재판을 하자고 제안한 사실이 없다. 불출석을 검찰이 먼저 제안했다는 주장은 일방적인 왜곡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관할 이송을 반대하면서 판단자료를 재판부에 내는 과정에서 형사소송법 조문(277조 3호)을 적은 것으로 억지를 부린다고 전했다. 검찰은 “불출석 재판은 피고인의 요청과 법원의 허가에 따라 결정됐다. 검찰이 관여할 수 없고, 이런 제안을 할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법정에서도 입씨름이 이어졌다. 검찰 쪽은 “알츠하이머가 있고 거동이 불편해 광주에 오기 어렵다고 했지만 최근 행보로 미뤄 건강에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다음 기일 출석을 재판장한테 요구했다. 검찰은 이어 “대통령까지 지낸 분이니 법대로 꼭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출석 여부가 재판의 본질이 아니라고 맞받았다. 정 변호사는 “증인신문이 잘 이뤄지고 있다. 쟁점은 헬기사격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본질을 훼손하지 말라”고 항변했다. 또 “재판부가 허가해서 출석하지 않고 있다. 선고 공판에는 출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바탕 공방이 오간 뒤 재판장은 다음 공판을 내년 2월10일에 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씨를 출석시킬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전씨는 지난 12일 서울의 한 중식당에서 12·12 군사반란의 주동자들과 1인당 20만원이 넘는 호화 오찬을 하고, 11월7일 강원도 홍천 골프장에서 타수를 또렷하게 계산하며 골프를 쳤다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재판 불출석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강원도 인제 백담사가 30여년 동안 보존해온 전씨의 물건 등을 최근 철거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백담사는 전 전 대통령이 1988년부터 13개월 동안 은거했던 화엄실에 있던 물건 등을 치웠다. 보존됐던 물품은 은거 당시 전 전 대통령 부부가 쓴 의류와 목욕용품, 거울, 이불, 화장대, 촛대, 세숫대야 등이다. 인제군 관계자는 “백담사 관계자로부터 보관 중이던 전씨의 물건 등을 철거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철거한 시기와 장소 등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안관옥 박수혁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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