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군 관계자들이 지난 26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진 판정을 받은 충남 예산의 한 육계농장에살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의 닭·오리 농가가 3년 만에 찾아온 불청객 조류인플루엔자 불똥이 어디로 튈지 긴장하고 있다. 축산 농가들은 코로나19 감염증 사회적 거리두기 못지않게 농가 간 이동을 제한하는 ‘축산 거리두기’를 이어가며 바이러스 확산에 숨을 죽이고 있다. 야생 철새와 함께 도래하는 조류인플루엔자를 막으려면 축산 시설과 방역 체계 등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오리협회가 지난해 동국대에 맡겨 진행한 전국 축사 현황 조사를 보면, 전국 오리 사육농가(출하한 뒤 새로 병아리를 들이지 않은 미입식 농가 포함) 911곳 가운데 695곳(76.3%)이 비닐하우스형 가설 건축물이었다. 샌드위치패널형은 128곳(14.1%), 트러스형은 81곳(8.9%), 기타 7곳(0.8%) 등이었다. 현대화한 축사와는 거리가 먼 가설 건축물이 주류였다.
허관행 한국오리협회 차장은 “오리 수요가 커지면서 수박 등 시설 원예농들이 오리 사육을 하면서 비닐하우스형 가설 건축형 축사가 늘었다”며 “시설 현대화가 필요하지만 영세 축산농이 많아 정부 등의 보조·융자 등을 받기조차 어려운 곳도 많다”고 말했다.
축사와 축산 형태를 바꾸지 않으면 조류인플루엔자를 막기도, 극복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손영호 반석가금진료연구소 소장은 “오리의 경우 한국은 인구 대비 사육 두수는 세계 14위지만, 면적 대비 사육 수는 세계 2위일 정도로 밀집형 사육을 한다”며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사육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영원히 조류인플루엔자를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공공 임대형 농장’ 이야기가 있다. 손 소장은 “기업 계열 사육이 대세인 만큼 정부가 기업의 참여를 유도해 사육 시설을 조성한 뒤 사육농가에 임대하는 형태의 ‘공공 임대형 사육 시설’ 도입을 검토할 때”라며 “기업, 영세농에게만 바이러스 퇴치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과장은 “시설 현대화와 방역 체계화 주문을 이행하기 버거운 영세농이 수두룩하다”며 “조류인플루엔자 등 바이러스를 차단하고, 감염을 예방하는 축사 현대화를 위한 국비 보조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자치단체 등은 드론, 무인헬기, 군 제독차 등을 동원해 야생 철새 도래지 등을 소독하고, 축산 차량에 위성항법장치(GPS)를 달아 바이러스 전파 이력을 파악하는 등 국가동물방역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모인필 충북대 수의과대학 명예교수는 “조류인플루엔자 발병·확산 형태를 보면 수평 전파보다 야생 조류 등에 의한 산발적 발병률이 높지만, 나는 철새를 뛰는 방역으로 막을 수 없다”며 “정부와 자치단체, 농가 간 긴밀하고 촘촘한 방역 체계 구축과 함께 국가 간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현황, 바이러스 변이 정보 등을 공유하는 국제 협력이 절실하다. 바이러스 방역엔 국경이 없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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