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이 ‘심각’ 단계로 접어들었다. 27일까지 전국의 닭·오리·메추리 등 가금 농장에서 29건이 발생했다.
전체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의 절반(16건)가량이 오리다. 예년 오리가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의 70% 이상을 차지했던 것에 견주면 오리 발병은 다소 낮아진 편이다. 닭은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폐사율이 높고, 오리는 폐사율은 낮지만 전파력이 높았다.
올해 축산 계열화 사업자 ㄷ업체와 관련한 전남·북 지역 오리 농장의 발병을 빼고 수평 전파 사례가 적은 이유로 ‘오리 휴지기제’ 도입이 꼽힌다. 오리 휴지기제는 과거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던 곳, 사육 시설이 밀집한 곳, 야생 조류 도래지와 인접한 곳 등 사육 여건이 취약한 농가의 겨울철 사육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조처다.
한국오리협회가 낸 자료를 보면, 올해 오리 농가 226곳이 오리 휴지기제에 참여했다. 시행 첫해인 2017년 260곳, 2018년 203곳, 2019년 202곳이 참여했다. 허관행 한국오리협회 차장은 “입식(다 자란 오리나 닭을 팔고, 새로 키울 병아리를 들이는 것)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전국 800곳 안팎의 오리 농가 가운데 30% 정도가 오리 휴지기제에 참여하고 있다”며 “사육 취약 지역의 과밀을 해소하는 측면에서 휴지기제가 조류인플루엔자를 막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오리 휴지기제는 충북이 원조이면서 가장 적극적이다. 충북은 2016~2017년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로 닭·오리 등 380만마리를 살처분했다. 도는 이후 전국에서 처음으로 오리 휴지기제를 도입했다. 올해 전체 오리 사육 농가 110곳 가운데 62곳(56%)이 휴지기제에 참여한다.
오리 휴지기제를 처음 제안한 이상정 충북도의원(음성1·축산업)은 “조류인플루엔자는 거의 100% 야생 조류한테서 바이러스가 감염된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를 막을 수 없다면 축사를 비워 발생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오리 휴지기제는 밀집·밀식·밀접을 피하는 ‘축산 거리두기’”라고 말했다.
전남에서도 오리 휴지기제의 효과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오리 주산지인 나주시 반남면은 오리 농가 14곳 모두 휴지기제에 참여하고 있다. 발생 때 전파의 징검다리 구실을 하지 않겠다는 농장주들의 뜻이 강했다. 박진영 전남도 동물방역과 주무관은 “몇몇 농가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지만 오리 휴지기제 덕에 밀집·밀접 사육이 줄었고, 바이러스 확산·전파 차단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리 휴지기제는 농가의 피해 감수를 담보한 까닭에 불만도 있다. 홍경표 한국오리협회 충북도지회장은 “울며 겨자 먹기로 휴지기제에 참여했는데, 지난해 873원이었던 마리당 오리 보상 단가가 올핸 815원으로 줄었다”며 “난방비 등 물가가 치솟는 상황을 고려해 보상 단가 등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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