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근대문화유산인 옛 충남도청의 80~90년생 향나무 담장(원안)을 무단으로 훼손해 물의를 빚고 있다. 송인걸 기자
수십년 된 고목을 마구잡이로 베기부터 했던 대전시와 시민 목소리를 들어 보존하기로 한 서울시의 행정이 18일 대조됐다.
대전에서는 이날 대전시가 90살 된 향나무 172그루로 이뤄진 옛 충남도청의 향나무 담장을 베거나 옮긴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황당한 일은 무단 훼손이 소유권자인 충남도와는 상의도 없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급기야 소유권자인 충남도는 이날 대전시에 원상 복구와 함께 향나무 무단 벌목의 원인이 된 ‘옛 도청 부속시설 수선 사업’ 중단을 요청했다.
향나무 담장은 1932년 충남도청사를 세울 때 심은 것이다. 2006년 1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집회 땐 일부가 불에 타자 전국에서 비슷한 나무들을 구해 복구할 만큼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근대문화유산이었다.
대전시는 “소유권을 가진 충남도, 오는 7월 소유권을 넘겨받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하지 않았다. 업무 처리가 미숙했다”고 사과하면서도 “소통협력 공간을 조성하려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사해서 책임자를 문책할 방침이라고 하는데, 시민들은 문책을 넘어 처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전경실련은 “대전시가 소유권자 모르게 건물을 리모델링하더니 경관마저 훼손했다. 사실상 범죄 행위로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서울시민들이 덕수궁 돌담 앞 플라타너스를 “우리를 자르지 마세요! 우리도 시민입니다!”라는 문구의 펼침막으로 감싸놓았다.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최진우 대표 제공
반면, 서울시는 이날 최근 논란이 됐던
덕수궁 돌담 앞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 20여그루에 대한 벌목 방침(<한겨레> 2020년 12월7일치 10면)을 철회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는 ‘세종대로 사람숲길’ 조성공사를 하면서 이 나무 뿌리가 덕수궁 담장 균열을 일으킨다는 등의 이유로 53년 된 나무들을 벨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이 “큰 나무의 문화 경관적 가치를 간과했다”며 벌목을 반대하자, 벌목 계획을 유보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해왔지만, 접점을 찾을 수 없어 (벌목) 계획을 더 추진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대신 서울시는 지난 8일 해당 나무들에 대한 가지치기를 진행했다. 가지치기도 잎이 달린 가지는 전부 제거하는 ‘강한 가지치기’ 대신 썩은 가지들 정도만 일부 자르는 ‘약한 가지치기’로 진행했다.
송인걸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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